2020-06-04 01:35
[대권주자들의 장기포석] 유승민 ‘은인자중’, 홍준표 ‘정면돌파’
[대권주자들의 장기포석] 유승민 ‘은인자중’, 홍준표 ‘정면돌파’
  • 정계성 기자
  • 승인 2020.02.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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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을 위해 경남출마를 불사하는 홍준표 전 대표와 보수통합을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
차기 대선을 위해 경남출마를 불사하는 홍준표 전 대표와 보수통합을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종로출마라는 도박적인 승부에 나서게 됐지만, 동시에 야권의 정치지형상 유리한 입지에 올라서는 효과를 얻게됐다. 이전까지 황교안 대표의 소극적인 행보를 비판하며 각자도생했던 야권의 경쟁자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당 공관위는 황 대표의 종로출마를 계기로 ‘개혁공천’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보수통합과 공천의 칼바람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사람은 유승민 의원이다. 유 의원은 황 대표의 출마선언 이틀 뒤인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대표가 보수진영 승리를 위해 종로출마의 결단을 내린 상황에서, 통합의 상대방인 유 의원이 대구 동구을 출마를 고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천지분이라는 사익을 위해 보수통합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이 쏠릴 수 있음도 우려했다. 

◇ ‘좋은 그림’으로 마감한 유승민 

유 의원은 “개혁보수를 향한 저의 진심을 남기기 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보수가 힘을 합쳐서 개혁보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저의 불출마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재건 3원칙을 처음 말했을 때 약속드렸던 대로 공천권, 지분, 당직에 대한 요구를 일절하지 않겠다. ‘3원칙만 지켜라’ 제가 원하는 건 이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불출마 선언으로 일단 배지는 잃지만, ‘보수통합의 밀알이 됐다’는 정치적 명분은 얻게 됐다는 평가다. 사실 우리공화당 등 극우진영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새보수당과의 통합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기류가 적지 않았다. 규모의 차이가 명확한데 당대당 수평적 통합이 맞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면에는 ‘새보수당에 공천지분을 얼마나 내줘야 하느냐’는 반감이 있었다. 하지만 유 의원의 불출마로 큰 장애물이 제거됨으로써 통합이 보다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좋은 그림’으로 정치이력 한 장을 마감했다는 것도 유익한 성과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을 포함해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이라도 쉼없이 정치인생을 펼치기는 어렵다. 정치적 상황이나 여론에 따라 휴지기가 필요하다”며 “중요한 것은 한 막을 마무리할 때 명분이 있어야, 그 다음 복귀가 수월하다는 점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복귀가 어려웠던 것은 이전의 마무리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도쿠카와 이에아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쇼군에 올랐던 것처럼, 기다리는 것을 택했다는 의미에서다. 총선 이후 차기 대선 전 재보선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 의원이 정치 2선으로 물러나 있는 시기는 예상보다 짧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종로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홍준표 전 대표 등 지도자급 인사들의 서울 수도권 출마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뉴시스
종로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홍준표 전 대표 등 지도자급 인사들의 서울 수도권 출마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뉴시스

◇ 굴욕 감내하며 PK 고집하는 홍준표

은인자중을 선택한 유 의원과 달리 정면돌파에 나선 인물도 있다. 경남 밀양지역 출마를 고수하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그 예다. 험지출마에 소극적이었던 황 대표를 방패삼아 경남출마를 고집해왔던 홍 전 대표였던 만큼, 현재의 처지가 누구보다 궁색하다. 이에 당의 공식요청이 있을 경우, 경남 양산을까지는 출마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한 발 양보했다. 하지만 경남이 아닌 수도권 험지 등에서의 출마는 거부하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홍 전 대표가 경남지역을 고집하는 것은 이번 총선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까지 부산·경남 지역이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부산출신 호남후보’를 통해 PK지역을 공략하는 것이 민주당의 필승공식으로 자리잡았고,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그 기세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보수진영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을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여의도 입성도 필요하다. 홍 전 대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대표시절에도 원내가 아니라는 이유로 당 운영이 힘들었던 때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전당대회 등을 통해 정계복귀에 나섰지만 원외인사로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유 의원과 홍 전 대표의 선택은 갈렸지만, 황 대표 체제 이후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측면이 있다. 물론 황 대표가 이낙연 전 총리와의 종로 맞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바람을 타고 차기 대선에 직행할 공산이 크다. 반면 황 대표가 패배했을 경우 차기 대권을 둘러싼 경우의 수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의 한 전략통은 “과연 유 의원이 오로지 순수한 의도에서 보수통합의 밀알이 되기 위해 불출마를 선언했겠느냐”고 반문한 뒤 “황 대표의 종로출마로 야권 대선주자 경쟁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홍 전 대표가 지금의 굴욕을 감수하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고, 유 의원의 불출마 선언도 총선 이후를 대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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