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당 규모 발표로 뒷말을 낳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당 규모 발표로 뒷말을 낳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성큼 다가온 가운데,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가 고액배당 및 국부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배당금 총액이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을 한참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데, 73.55%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최대주주가 가장 큰 수혜를 볼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주당 8,518원을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배당금 총액은 380억원 수준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1월에도 주당 1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으며, 이를 더할 경우 연간 배당규모는 384억원으로 늘어난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한국기업평가의 배당 규모가 지난해 수익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3분기까지 기록한 누적 당기순이익은 별도 기준 160억원, 연결 기준 189억원이다.

최근 배당 추이를 살펴봐도 이례적이다. 한국기업평가의 지난 5년간 주당 배당금은 2018년 2,360원, 2017년 2,250원, 2016년 1,947원, 2015년 1,537원, 2014년 1,682원이었다. 배당금 총액은 2018년 105억원, 2017년 100억원, 2016년 86억원, 2015년 68억원, 2014년 7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한국기업평가의 연결 현금배당성향은 지난 5년간 한결같이 65%를 유지해왔다. 반면, 지난해 연결 현금배당성향은 100%를 훌쩍 넘어 200% 안팎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기업의 배당이 반드시 해당년도 실적만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인 배당은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유난히 튀는 한국기업평가의 이번 배당을 향한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한국기업평가의 주주구성 상황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의 최대주주는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로, 73.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배당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280억원이 외국계 최대주주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국부유출이란 우려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신용평가업계가 독과점 상태인 가운데, 외국계 기업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하는 신용평가업계는 현재 3개사가 과점하고 있으며 이중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2개사가 외국계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이번 배당 결정에 대해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가 배당 규모를 제안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이를 확정하도록 돼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한국기업평가 이사회는 최대주주인 피치 측이 장악하고 있다. 총 6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3명의 기타비상무이사가 피치 측 인사인 외국인이다. 나머지 3명 중 1명은 사내이사인 김기범 대표이사이고, 2명은 사외이사다. 주주총회 역시 73.55%의 지분으로 압도적인 결정권을 피치 측이 쥐고 있다.

또한 이는 신용평가사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신용평가사의 공익성과 경영건전성, 건전한 시장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을 것’이란 항목을 추가한 금융당국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2017년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금융당국은 신용평가사 대주주가 고배당 등 이익 추구에만 몰두할 경우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신용등급 인플레현상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배당과 관련해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배당 규모 결정 배경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회사 측에서 밝힐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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