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논의 중인 3당 합당이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당 합당 이후에도 대표 직을 내려놓지 않고 미래세대와 통합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다.

특히 대안신당 측은 통합신당 탄생 과정에서 현 지도부가 2선으로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날 손 대표의 발언으로 각 당 지도부의 거취에 대한 3당 이견 조율이 어렵게 되면서 합당 논의 자체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3당 통합과 손학규의 거취가 무슨 상관인가. 통합이 ‘당 대표 물러가라’가 돼선 안 된다”라며 “3당 통합 후에 미래세대와의 통합이 이뤄질 때까지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앞서 11일 3당 통합추진위원장은 국회 회동 직후 통합 로드맵과 관련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기득권 포기가 전제된 3당 통합을 17일까지 마치고 청년 등 미래세대와 2차 통합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손 대표는 연초까지만 해도 미래세대와 통합 후 3당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당 내홍이 격화되면서 최고위원회의 파행과 함께 소속 의원들의 줄탈당이 이뤄지면서 원내 교섭단체 지위마저 잃는 지경에 이르렀다.

손 대표는 총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당이 뿌리채 흔들리는 상황에 이르자 선(先)정당 통합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통합신당이 출범해도 미래세대와 통합까지 매듭을 짓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당 일각에서는 손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미래세대’의 모호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손 대표는 미래세대와 관련해 “접촉은 계속 하고 있다”면서도 “(단체가) 지금 단계에서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단체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미래세대와 통합’이 어떤 범위까지 추진돼야 마무리되는지 불명확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바른미래당 대통합추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손 대표가 미래세대의 실체를 이야기해야 믿음을 줄 수 있는데 말이 없지 않느냐”며 “손 대표가 접촉하는 여러 청년그룹이 있는데 한 곳 정도만 이야기가 되고 있고 나머지는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이렇게 되면 다른 당과도 접점이 맞지 않으니 통합은 거의 결렬이나 다름 없다”라며 “마지노선인 17일까지 통합이 안 되면 탈당 외에는 선택지가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한 민주평화당 통합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차 통합과 2차 통합 사이 기간을 일주일 정도로 보고, 그 기간 동안 새 임시지도부를 만들 것인지, 아닌지만 합의를 하면 된다”며 “손 대표가 2차 통합까지 책임지겠다고 한 만큼 보증할 수 있는 날짜를 준다면 그래도 믿고 합의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며 여지를 남겼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