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기업 모나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 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호재에도 8년째 매출 감소를 이어가게 됐다. / 모나미
문구 기업 모나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 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호재에도 8년째 매출 감소를 이어가게 됐다. / 모나미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불길처럼 번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꼽혔던 모나미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판 제품 출시 등을 통한 고급화 전략에 애국 마케팅까지 전개하며 실적 개선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음에도 호재를 잡지 못했다.

◇ ‘애국’ 호재 맞고도… 8년째 매출 내리막 길

모나미가 ‘NO재팬’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문구류 선진국인 일본 제품의 대체제로 토종 기업인 모나미가 부각됐지만 화제성만 높았을 뿐, 실제 수익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모나미의 잠정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32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대비 또 다시 매출액이 소폭 가라앉으면서 8년째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영업이익(18억원)은 무려 73%가 빠졌으며,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시장 전망을 벗어난 결과다. 그렇다고 일본 불매 운동 시기가 반영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다. 일본 불매 운동이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3‧4분기가 ‘NO재팬’ 시즌과 겹친다. 상반기에 부진했더라도 모나미의 애국 마케팅이 적중했다면 충분히 만회가 가능한 기간이다. 모나미는 일본 불매 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광복절을 기념해 스테디셀러인 FX153 한정판 상품을 내놓는 등 시류를 적극 활용했다.

이와 관련해 모나미 관계자는 “경영환경변화에 화장품 공장 설비 및 시설 투자, 통합몰 구축 등 신규 사업 추진에 따른 초기투자비용이 발생했다”며 “2018년 태국 아마타 공장 증축 및 설비 투자에 따른 태국공장 고정비용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 한정판에 빠진 국민 볼펜… 상술 논란도

문구를 포함한 주요 사업 모두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 최종 감사보고서가 나와 봐야 보다 정확한 사업 현황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겠지만, 일단 3분기까지 상황은 좋지 않다. ‘BP153’ ‘P-3000’ ‘유성매직’ ‘보드마카’ 등 핵심 상품이 포함된 문구는 전년 동기 보다 62% 감소한 19억원의 영업익에 그쳤다. 잉크카트리지, 토너 등을 취급하는 컴퓨터소모품에서는 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POD사업(인쇄‧출력) 등에서도 5억원의 적자가 나왔다.

모나미는 사업 현장에서 페이퍼리스 가속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보편화되는 일상의 디지털화로 인해 난관에 직면했다. 문구 업계 1위 기업으로서 3,000억원 매출 돌파를 바라보다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뒷걸음쳤다. 이에 연매출이 반토막이 난 2014년부터 고급화 전략을 펼쳤다. ‘153 아이디’ ‘153 리스펙트’ 등 대표 제품인 153 모델을 고급화하는 데 주력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 볼펜’의 변화된 모습에 환영의 뜻을 보이는가 하면, 한켠에서는 디자인보다 기술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한정판 상품은 고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모나미가 올해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이달 선보인 ‘프러스펜 3000 스페셜 에디션’도 마찬가지다. 개당 가격이 20만원으로 책정되면서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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