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 기존 지도부 사퇴를 전제한 3당 합당 합의문의 추인 여부를 보류했다. 참을성에 한계를 느낀 의원들이 비례대표 출당 카드로 맞불을 놓으면서 당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게 됐다.

바른미래당이 유승민·안철수 두 창업주의 탈당에 이어 또 다시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원외 정당’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로 당이 표류하는 가운데 ‘버티기’에 나선 손 대표의 진의에 관심이 쏠린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편의를 위한 지역주의는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없다. 호남신당 창당은 결코 새로운 일이 될 수 없다”며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의 선(先)합당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손 대표는 “중도개혁 세력이 제3의 길을 굳건히 지켜 정치 구조개혁과 세대교체에 앞장설 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질 미래세대가 정치의 주역이 돼 새로운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4일 3당 통합추진대표단(바른미래당 박주선·대안신당 유성엽·민주평화당 박주현)이 합당 합의문을 통해 밝힌 8개항 중 △통합당 지도부는 3당 현 대표 3인 공동대표제 △통합당 대표 임기는 28일 종료 △통합당 강령에 동의하는 청년미래세대·소상공인협회 등과 통합을 적극 추진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3당 합당과 자신의 퇴진 문제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기한을 정해놓은 임시 대표가 아닌, 통합당의 대표로서 미래세대 통합을 주도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앞서 1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3당 통합과 손학규의 거취가 무슨 상관인가”라며 “통합이 ‘당 대표 물러나라’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3당 통합을 한 뒤 미래세대와 통합을 위해 내가 대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17일 손 대표 발언 후 당내 호남계 등 잔류파 의원 6명(김동철·박주선·임재훈·주승용·채이배·최도자)은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내일(18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비례대표 제명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주승용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의 결단을 마지막으로 촉구하는 의미에서 내일 의총을 열고 비례대표 제명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했다. 손 대표가 합당 합의문을 추인하지 않을 경우 집단 탈당을 하겠다는 최후 통첩을 날린 것이다.

손 대표의 ‘버티기’에 대해 일부 당권파는 3당 합당을 포기하더라도 세대교체를 완수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하는 모습이다.

한 당권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세대교체를 통해 정치 구조개혁을 완수하고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취지 아니겠느냐”며 “외부에서 노욕으로 불려졌던 것을 일소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손 대표는 액면 그대로 미래세대에 경도돼 호남신당을 포기하더라도 세대교체로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생각을 굳게 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거취 문제로 내홍이 장기화되며 총선 대비를 전혀 하지 못하는 데 대해 당내 비판 목소리는 연일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미래세대와 통합을 마무리하면 물러나겠다”는 손 대표의 발언 자체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합의문을 추인하지 않는 것은 통합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비례대표 묶어놓고 3당 합당을 하지 않으면서 미래세대를 데려오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손 대표는 통합이 이뤄지면 물러나겠다는 것이지만 이제 아무도 손 대표의 말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내일까지 기다려준다는 호남계 의원들도 인내가 참 많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통화에서 “손 대표가 계속 퇴진에 조건을 다는데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내일 비례대표 제명 확정을 대비해 오늘 향후 진로를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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