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출, 심사절차에만 2∼3개월 소요 전망
고사 직전 항공사… “허무맹랑한 지원 대책”

국내 항공업계가 일본발 악재에 이어 중국발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대안을 찾기 힘든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시사위크
국내 항공업계가 지난해 하반기 일본발 악재에 이어 중국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변수까지 발생하면서 대안을 찾기 힘든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이에 정부가 지원을 약속했으나 항공업계는 제대로 된 지원 대책이 아니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COVID-19)로 인해 직격타를 맞은 항공, 해운업계 등 산업계를 위해 정부가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항공업계 긴급지원 대책과 관련해 잡음이 일고 있다. 지원을 즉각적으로 실시하는 부분도 있지만 향후 조짐을 지켜보고 지원을 결정하거나, 각종 지원에 전제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대응 항공분야 긴급지원 대책’을 논의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단항, 수요 감축 등 항공업계 피해에 대응해 긴급 금융지원과 각종 사용료 납부유예 등 항공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확정했다.

세부적으로는 △저비용항공사(LCC)에 한해 대출심사를 거쳐 최대 3,000억원 지원 △전년 동기 대비 여객이 줄어든 항공사에 대해 최대 3개월간 공항시설사용료·과징금 납부유예 또는 감면 △미사용 운수권·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 회수 유예 △인천국제공항 슬롯 기존 65회에서 70회 확대 등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항공업계 중 LCC에 한해 최대 3,000억원을 지원하는 것과 전년에 비해 여객이 줄어든 항공사에 대해 공항시설사용료 납부유예 및 감면 항목이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항공사에 대해 산업은행을 통한 대출을 지원한다고 하면서 전제조건으로 ‘대출 심사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또 공항시설사용료 납부유예 및 감면 부분도 애매한 구석이 있다. 먼저 ‘전년 동기 대비 여객수가 감소한 항공사’에 한해 최대 3개월간(3~5월) 공항시설사용료 납부를 유예하는데, 그러면서도 코픽스(COFIX) 기준금리 1.6%를 적용해 이자는 항공사들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

항공업계가 공항시설사용료로 납부하는 월평균 비용은 △대한항공 139억원 △아시아나 71억원 △LCC 83억원(국적항공사 총합 293억원)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공항시설사용료 납부를 유예하면서도 매달 약 4억7,000만원 수준의 이자를 항공업계로부터 받겠다는 말이다. 이마저도 ‘전년 동기 대비 여객수’가 감소해야만 납부유예 대상에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공항시설사용료 및 수수료 감면은 착륙료 10%에 국한됐다. 여기에도 전제 조건이 따라붙었다. 비용 감면은 즉시 시행이 아닌 6월부터이며 ‘상반기 중 항공수요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에 적용된다.

고사 직전에 놓인 항공사들은 ‘허무맹랑한 지원 대책’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 항공사들이 2분기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LCC 업계 관계자들이 이번 국토부의 지원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산업은행을 통해 대출이자를 코픽스 기준금리 1.6%로 적용한다고 하지만 산업은행이 여태 담보 없이 저리 대출을 시행해준 사례가 없다”며 “일부 항공사는 담보로 내 걸 것마저 없는데, 이러한 경우엔 대출이자율이 높아지게 될 것이고, 시일이 지나 항공수요가 회복세에 접어들더라도 그때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은 대출이자 갚는 데에 사용해 결국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항시설사용료 중 착륙료 10% 감면도 6월부터 적용하면서 전제조건을 ‘상반기 중 항공수요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로 특정했다”며 “7월에는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이 예정돼 있어 6월부터는 여객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이런저런 단서를 달아 ‘지원하는 척’만 하고 있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LCC 업계 관계자들도 하나같이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긴급지원 대책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며, 산업은행 저리 대출에 대한 자료조차 받지 못해 항공사별로 직접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을 통해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인데, 내용을 파악하기까지 수일이 소요되며, 대출을 신청한다 하더라도 2∼3개월 정도 심사를 거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5월은 돼야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당장에 필요한 항공권 취소에 대한 환불비용이나 임직원들 급여 등은 어떻게 충당하라는 말인지, 이게 국토부가 말한 ‘긴급지원’이냐”고 토로했다.

국토부 측은 이번 지원은 과거보다 규모가 대폭 늘어났고, 다양한 지원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산업은행을 통한 긴급지원 대출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적용했다”며 “금리를 0%로 하지 못한 이유는 공항시설사용료는 국제협약상 외국항공사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맞춰 동일하게 적용해야하는데, 이를 0%로 적용하게 되면 외항사까지 모두 0%로 적용을 해줘야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양한 지원 방안에 전제조건이 붙은 것은 ‘해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이러한 지원 방안을 현재 논의 중이며 시장 동향에 따라 내용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공항시설사용료 납부유예에 따른 이자 발생 부분은 5월까지 납부를 하지 않아도 되며 이후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어 자금적인 부분도 문제가 해결된 후 납부를 하면 되는 것이라 항공사에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가 이번 긴급지원과 함께 발표한 ‘2월 신규 운수권 배분’은 매년 이맘때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운수권 배분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와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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