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고심 끝에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아직 전국적인 확산이라 볼 수는 없지만, 앞으로 며칠 간을 중대 고비로 보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부터 며칠이 매우 중요한 고비”라며 “감염병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국가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대응 체계를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며 “기존의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방역 체계와 중수본 체제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격상해 범부처 대응과 중앙정부-지자체의 지원 체계를 강화해 총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네 단계로, 해외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거나 유행’(관심), ‘국내 유입’(주의),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 감염병이 제한적으로 전파(경계)’, ‘국내 유입된 신종 감염병이 지역사회에 전파 또는 전국적으로 확산(심각)' 될 때 각각 단계가 올라간다.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 정부는 범정부적 총력 대응을 위해 중대본을 운영하게 된다. 중대본은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이전보다 정책 적용과 전환이 빨라진다.

정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국가 위기경보를 ‘경계’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도 지난 21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 심각 단계에 준해 대응을 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신천지대구교회와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해 확진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면서, 앞으로 1~2주가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중대 ‘분수령’으로 본 것이다.

또한 박능후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에 따르면, 앞으로 2~3일 이내에 확진자 수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천지대구교회 행사에 참여한 신자 9,535명의 진단검사를 실시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미국 국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기존의 1단계에서 2단계로 조정하는 등 해외 국가에서 국내 코로나19 발병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점도 상향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의 번화가 동성로가 텅텅 비어있다. /뉴시스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의 번화가 동성로가 텅텅 비어있다. /뉴시스

정부는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상향하면서 봉쇄와 완화를 위한 대책을 동시에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봉쇄는 ‘검역 등을 통해 바이러스의 해외 유입을 막고 역학조사르 초기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 전략’이며, 완화는 검역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지역사회 환자들을 조기에 치료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학산을 막기 위해 전국의 모든 유치원 및 초중고교, 특수학교 개학을 3월 2일에서 3월 9일로 1주일 연기했다. 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교육부 장관의 휴업명령권을 발동한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학원에도 휴원을 권고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교육부는 교육청과 함께 학원 휴원과 학생 등원 중지, 감염 위험 등에 대한 업무배제를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학원의 경우 민간 운영이라 휴원을 강제할 수 없기에 권고 수준으로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대구 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관리,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이동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좁은 실내공간에서 개최되는 행사나 다중 밀집 행사는 자제하고,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선 가급적 식사 제공을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문제는 이런 조처로 인한 내수 경기 위축이다. 문 대통령도 이 때문에 위기경보 단계 격상을 신중히 검토하면서 심각 단계에 준하는 대응을 요구한 것이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방한 관광객이 감소하고 내수·수출 위축 등으로 인해 경기개선 흐름이 제약될 수 있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정부는 향후 며칠 사이를 분수령으로 보고 위기경보 단계를 격상했다. 이에 맞춰 경제 대응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24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사태 조기 극복을 위해 피해업종 지원 등 민생경제 안정을 중점으로 한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코로나19 사태 방역과 진단, 치료 등을 위해 중앙정부 목적예비비 1,041억원과 지자체 예비비 및 재난관리기금 등 약 1,082억원을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며 “보건용 마스크 등 코로나19 예방물품과 관련 공정하고 원활한 공급을 위한 조치들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추가경정예산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관은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코로나19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각 부처가 모든 정책을 검토 중”이라며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간 만큼 이에 맞는 대책이 무엇인지 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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