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스토브리그'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사진 좌측부터) 이신화 작가와 정동윤 감독 /  SBS 제공
24일 '스토브리그'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사진 좌측부터) 이신화 작가와 정동윤 감독 / SBS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드라마가 종영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스토브리그’에 대한 관심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즌2를 갈망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하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스토브리그’. 이 중심엔 ‘야잘알’(야구를 잘 아는 사람)과 ‘야잘못’(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을 모두 사로잡은 흡입력 있는 연출과 스토리를 선보인 이신화 작가와 정동윤 감독이 있었다.

지난 14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드라마 제목인 ‘스토브리그’는 프로 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일컫는 야구용어로, 해당 드라마는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백승수 단장을 통해 변화되는 ‘드림즈’ 팀의 이야기를 흔한 로맨스 하나 없이 오직 야구 이야기로만 채워가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스토브리그’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연출로 ‘스포츠 드라마’로서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구단의 이야기를 조명, 실제 활약 중인 야구 구단들의 행보를 떠올리게 만드는 리얼리티성을 살린 스토리와 연출은 탄탄한 애청자층을 구축해 ‘스토브리그’가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스포츠 드라마의 선입견을 깨부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 SBS '스토브리그'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 드라마의 선입견을 깨부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 SBS '스토브리그' 공식 홈페이지

‘스토브리그’는 시청률 5.5%(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 최종회 시청률 19.1%를 기록할 때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시청자들의 관심도를 입증했다.

작품이 종영하고 일주일 남짓 시간이 흐른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41타워에서는 ‘스토브리그’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정동윤 감독과 이신화 작가가 참석했다. 두 사람은 스토브리그를 보면서 궁금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편안한 분위기 속에 아낌없이 꺼내놓았다. 다음은 이신화 작가와 정동윤 감독의 일문일답이다.

-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들 속에서 어떻게 ‘스토브리그’ 연출을 맡게 되었나.
정동윤 감독 “(스토브리그) 대본을 음악소리도 크고 사람 수다 소리가 큰 곳에서 읽었다. 사실 별 기대를 안 하고 읽었다. 시끄러운 와중에서도 4부까지 몰입감 있게 대본을 읽었다. 대본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좋은 힘이 느껴졌다.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고, 잘 만들어도 욕 먹기가 쉬운 장르다. 가장 큰 확신을 얻었던 것은 작가님을 처음 뵌 날인 것 같다. 고깃집에서 만나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서 작가님이 드라마 관련 이야기에 막힘이 없었다. 궁금한 것들을 꽤 생각해서 물어봤는데 작가님한테는 다 계획이 있더라. ‘작가님이 써주신 거 잘 표현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출자와 작가의 만남은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만나자마자 신뢰가 확실하게 들었다.”
 
- 작품이 종영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열기가 대단하다. 특히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시즌2’가 이뤄질 수 있을까.
이신화 작가
“지금 몇 가지 아이디어 정도는 있지만, ‘시즌1’이 저한테는 모든 걸 쏟아 부은 작품이었다. 야구가 방대한 소재가 많긴 하지만 하나의 주제를 특화해 16회를 채울 만큼은 아니다. 현재는 1,2회를 재밌게 쓸 정도의 아이디어만 있는 상황이다.”

-실제 프로야구 사례들이 보인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많았다. 드라마의 이야기, 인물 등을 정할 때 어떤 부분을 참고했나.
이신화 작가
“실제 사례들을 많이 이야기해주셨다. 하지만 제가 드라마를 구성할 때는 실제 사건보다는 스토브리그 기간에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을 중심으로 짰다고 봐야할 것 같다. 실화를 참고했던 부분도 있지만 어떤 부분들은 아예 참고를 하지 않았다. 참고하지 않고 만들었던 부분들과 관련한 실제 사례를 많이 찾아봐주셔서 ‘이런 사례가 있었어?’라고 생각을 많이 했었다. 스토브리그 기간을 맞서는 드림즈라는 가상의 구단과 백승수가 보이는 태도 중심으로 작성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리얼리티한 야구 이야기를 담아낸 '스토브리그' 이신화 작가 / SBS 제공
리얼리티한 야구 이야기를 담아낸 '스토브리그' 이신화 작가 / SBS 제공

-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장면이 있나.
이신화 작가
“신인 작가님들이 입봉 할 때 본인 작품의 1화, 2화를 보고 우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다들 머릿속으로는 봉준호 감독님을 모셔놓고 연출을 했는데 상상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는 음악도, 효과도 없는 촬영본을 봤는데 너무 좋았다. 야구 장면도 그렇게 해주실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선물 같은 연출이 많아 매회가 끝나면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었다.

몇 장면을 꼽자면 길창주(이용우 분) 선수를 찾는 장면도 좋았고, 11회 엔딩 장면도 연출적으로 훌륭했다. 16회에서 백승수와 권경민(오정세 분)이 서로 커피를 마시면서 바라보는 장면은(함께 영화를 봤는데) 감독님 등짝을 때리면서 기뻐했다. 매회 선물 같은 연출들이 여럿 있었다고 생각한다.”

- ‘스토브리그’는 집필기간까지 합하면 5년 만에 빛을 발휘한 작품이다. 오랜 기간이 걸리면 포기할 법도 한데 포기하지 않은 원동력이 있는가.
이신화 작가
“작품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작가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랑 비슷할 것 같다. 공부로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아 제 생각엔 다른 직업을 찾기도 힘들고, 인생에 꼬장 부린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걸 계속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른 작품을 쓰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물잔에 물을 반쯤 채워놓고 나머지를 안 채우는 느낌이 들어 어떻게든 같이 해줄 사람들을 찾다가 지금의 제작사 대표님을 만났고 이어 계속 좋은 인연들을 만났던 것 같다.”

-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극중 선수 캐릭터들이 실제 선수를 모델로 했나’라는 궁금증이 많이 나왔다. 실제 선수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가 있었나.
이신화 작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강두기(하도권 분) 선수는 긍정적 이미지의 결정체이지 않나. 강두기 선수의 모티브가 된 선수는 두 분이다. 양현종 선수와 구로다 히로키 선수를 섞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임동규(조한선 분) 선수의 실제 모델이 누구냐’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 이대호 선수와 김태규 선수가 (모델로) 거론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상상도 안했던 일이다. (임동규 선수는) 어떤 뼈대도 없었다. 단장인 백승수가 특정 팀에 가서 미친 짓을 해야 하는 설정 때문에 임동규 같은 선수가 필요했다. (모델로) 거론되는 선수들은 팀에서 중심이 되는 선수들이고 좋은 평가를 많이 받는 선수들이다.”

- 작품을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
정동윤 감독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10개 구단에 접촉을 했어야했다. 주요 배경인 야구장을 섭외해야했는데, 먼저 손을 내밀어주신 분이 SK 홍보팀장님이셨다. 그 분이 했던 이야기가 꽤 기억에 남더라. ‘최근 2~3년 동안 야구계가 침체돼 있는데 드라마가 잘 돼서 야구계 전체적으로 흥행이 돼 예전만큼의 영광을 가졌으면 좋겠다’던 그 분의 말씀이 ‘우리는 단지 야구 드라마 장소 섭외하러 간 거 였는데 이 사람들은 진짜 야구인이구나’를 깨닫게 만들었다. 사실 드라마로 인해 SK에 홍보 효과가 엄청 커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야구인으로서 그런 말을 해주시는 걸 보고 그 홍보팀장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우리 드라마에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주신 구단이기도 했다.”

이신화 작가 “(인상 깊었던 것에) SK 구단은 당연 포함이고, 야구인들분께서 기사와 동영상 콘텐츠로 실제와 뭐가 다른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저희 취재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셨지만, 대본이 완전 현실과 똑같지 않고 어느 정도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야구인분들께선 굉장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서 봐주셨다. 그게 되게 감사했다.”

- 박은빈(이세영 역), 조병규(한재희 역) 관계를 러브라인으로 추측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는데, 러브라인으로 결국 그려지지 않았다. 러브라인을 일부러 다 배제시킨건가.
이신화 작가
“애초에 대본을 쓸 때부터 러브라인이 들어간다고 해도 서로 신경 쓰는 정도의 러브라인이라고 생각했다. 단막극 습작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느낀 게 단 한 번도 키스신을 써본 적이 없더라. 그런 걸 뻔뻔하게 잘 쓸 수 있다는 사람이 스스로 아니란 걸 안다. 감독님이 저보다 더 담백하신 스타일인데, 감독님과 잘 맞는다고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다. 러브라인 냄새가 풍기면 감독님이 먼저 잘라주셨다.” 

남궁민, 박은빈 배우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정동윤 감독 / SBS 제공
남궁민, 박은빈 배우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정동윤 감독 / SBS 제공

- 남궁민, 박은빈 배우가 작품 중심에서 잘 이끈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두 사람을 칭찬한다면 어떤가.
정동윤 감독
“둘 다 너무 훌륭하다. 남궁민 선배님은 되게 솔직하신 편이다. 자기의견 이야기할 때도 솔직해서 어려움이 없었다. 사실 배우들에 대한 울렁증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은 스타고 나는 일반인인데 어렵지 않나. 선배님이 디렉션(direction) 할 때 더 이야기해달라고 하시고, 편하게 다가와주셨다. 또 대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 오셔서 감정 표현할 땐 확실히 해주시고, 백승수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어서 열심히 생각을 해오신걸 알고 있다. ‘남궁민 선배가 아닌 백승수가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이젠 하지도 않는다.

박은빈 배우는 통통 튀는 매력이 항상 있다. 또 본인만의 스타일로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을 연기하더라. 그게 좋았다. 저보다 더 선배님이시기도 하고,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을 했던 것 같다.”

이신화 작가 “남궁민 배우님은 장점이 너무 많다. 백승수는 작품 성패가 이 역할에 달려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가장 공들인 캐릭터이자 어려운 캐릭터인걸 알고 있다. 스스로도 캐릭터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남궁민 배우님이 표현하시는 걸 보면서 더 알아갔던 것 같다. 대본 해석이 뛰어나시고, 온화한 태도로 좋은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것도 감사하다.

박은빈 배우는 스마트하다. 저한테 훈계를 한 게 아닌, 본인이 생각하는 작품관을 이야기했는데 뜨끔한 경험이 있다. 백승수가 한 가지 모습이라면, 세영은 계속 변모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오랜 경력을 통해 습관처럼 베어버린 책임감 같은 것들이 캐릭터에 잘 녹아든 것 같다.”

- 최연소 여성 운영 팀장은 실제로는 없는 가상의 인물이다. 극 중심에 여성 팀장을 놓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신화 작가
“저희는 로맨스는 없지만 여배우들이 들어올 최소한의 자리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현실에는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 않나. 야구를 잘 모르고, 야구 관련 일을 해본 적도 없는 백승수가 단장으로 부임하는 것도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또 실제로 다른 종목에서만 일한 여성이 스포츠 팀의 단장을 맡은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일어난 현실이 더 놀라울 때도 있기 때문에 극적 허용을 넓게 하고 싶었다.”

-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드리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인가.
정동윤 감독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너무 많았지만, 16부 마지막에 나온 멘트가 우리 작품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기획안에도 쓰여 있었다. 백승수는 판타지 같은 인물이다. 현실에 존재할 법 하지만 주변에는 없어서 모두가 원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 자막을 보고 (시청자들이) 우리 자신도 백승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부당한 조치에 약간이라도 대항하고, 합리성을 빌미로 적폐를 헤쳐 나간다면 (백승수가) 될 수 있다. 드림즈 선수단을 방해했던 권경민까지도 한마음, 한뜻이 돼서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좋은 쪽으로 향해 간다는 것. 사람들에게 던질 수 있는 좋은 메시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신화 작가 “마지막 부분이 우리를 관통하는 내용이다. 종방연을 하는 날이었는데 감독님이 차를 타고 오는 시간에 자막으로 마지막 문구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제안이 좋았다. 모두가 그 메시지 하나를 위해 달려왔다고 생각하면 못 읽고 넘어가시는 분들은 없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메시지는 다른 작품에서도 던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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