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봉준호법’(가칭) 온라인 서명 운동에 영화인이 1,300명을 돌파했다. /뉴시스
‘포스트 봉준호법’(가칭) 온라인 서명 운동에 영화인이 1,300명을 돌파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산업 구조개선을 요구하는 법안 ‘포스트 봉준호법’(가칭) 온라인 서명 운동에 동참한 영화인이 1,300명을 돌파했다.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 측은 지난 26일 “지난 17일부터 25일 정오까지 영화인들의 서명을 진행했고, 그 결과 1,325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당초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내용을 보도자료로 대체했다.

공개된 명단에는 임권택·이장호·이창동·이장호·정지영·임순례 등 감독들과 배우 문소리·박성웅·변요한·설경구·안성기·엄정화·이선균·정우성·조진웅 등 배우들을 비롯, 제작자·작가·노조·평론가·영화제 인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법안의 이름을 대표한 봉준호 감독의 서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 측은 “이외에도 많은 영화인으로부터 ‘지금 당장 대기업과 계약관계가 있어 서명하기 난처하다. 양해 바란다. 그러나 마음을 같이 한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봉준호법’에는 △대기업의 영화 배급업 및 상영업 겸업 제한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 등 영화산업 구조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은 선언문에서 “CJ·롯데·메가박스의 멀티플렉스 3사는 한국 극장 입장료의 97%를 차지하고 있다”며 “배급업을 겸하면서 한국영화 배급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성장해가던 2000년대 초중반과는 판이하게 다른 풍경”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배급사는 영화가 제작될 수 있도록 제작비를 투자하고 완성된 영화를 극장에 유통해 매출을 회수한다”며 “그렇게 회수한 돈은 영화에 재투자되면서 제작자·창작자·배우·기술진·스태프의 처우를 개선하는 기준선이 된다. 그런데 극장과 결합된 배급사들이 부당하게 극장을 살찌우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겸업 제한’을 요구했다.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 측은 “배급업을 겸하는 극장체인은 일정 시장점유율 이상의 극장을 경영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겸업 제한’을 통해 ‘97% 독과점의 장벽’을 해체하면, 배급사는 배급사다워져 극장의 폭주를 바로잡을 수 있다”며 “그러면 극장도 극장다워져 개별극장을 찾는 관객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크린 독과점 금지에 대해서는 “지난해 한 인기 영화의 경우, 무려 81%의 상영점유율을 기록했다”면서 “같은 날 상영작은 총 106편이었으나, 한 영화가 상영횟수의 81%를 독점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극장매출 상위 10편의 합계가 전체 극장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인데, 미국은 33%, 일본은 36%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의 스크린 독과점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스크린 상한제를 통해 대형영화는 영화의 질에 비례하여 관객들의 선택을 받도록 하고, 소형영화에게는 기회의 평등이 보장돼야 한다”며 “그러면 관객의 영화 향유권은 더욱 확장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예술영화 지원 제도화도 강조했다.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 측은 “개봉된 독립·예술영화는 전체 개봉 편수의 9.5%에 달하지만, 관객 점유율은 0.5%에 불과하다”며 “오늘과 같은 환경이었다면 2000년에 개봉했던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제작의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지금의 봉준호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또 “‘영화법’ 개정을 통해, 멀티플렉스에 독립·예술영화상영관을 지정해 해당 상영관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인정한 독립·예술영화를 연간 영화 상영일수의 60/100 이상 상영하도록 하고, 국가는 해당 상영관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귀와 영화(榮華)만을 추구하는 영화가 아니라, 사회의 아픔과 꿈을 담는 아름답고 의미 있는 실험 영화들이 활발히 만들어지고, 공유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은 영화인들의 바람을 각 당에 전달해 당론 채택을 요청할 계획이다.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 측은 “대표들과의 면담을 진행하는 등, 21대 국회에서 아래 세 가지 요구사항이 반드시 법제화될 수 있도록 서명에 참여한 영화인들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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