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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인터뷰] 조병규, 다 계획이 있구나
2020. 02. 27 by 이민지 기자 sisaweek@daum.net
단역부터 시작해 조연에서 주연으로, 점차 성장하고 있는 배우 조병규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단역부터 시작해 조연에서 주연으로, 점차 성장하고 있는 배우 조병규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단역부터 시작해 조연에서 주연이 되기까지. 조병규는 70편에 달하는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 데뷔 5년 만에 누구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지니게 됐다. 그리고 두 편의 인생작을 통해 이제 제법 인지도를 갖춘 조병규는 ‘믿고 보는 배우’로 서서히 자리매김해 나가는 모양새다.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문득 영화 ‘기생충’ 속 송강호의 명대사 ‘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던 배경이다.

조병규는 2015년 KBS2TV ‘후아유 학교 2015’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2016) △7일의 왕비(2017) △청춘시대2(2017) △돈꽃(2017~2018) △시간(2018) 등과 영화 △목숨 건 연애(2016) △비밀(2016) △아가페(2017) △김희선(2018) △우상(2019) △걸캅스(2019) 등 약 70여 편에 달하는 작품에 출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특히 조병규는 지난해 JTBC ‘SKY 캐슬’에서 윤세아(노승혜 역)의 쌍둥이 둘째아들 차기준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톡톡히 알렸다.

조병규는 JTBC ‘SKY 캐슬’(2018~2019) 이후 약 1년 만에 SBS ‘스토브리그’(2020)를 통해 또 한 번 흥행 기록을 세웠다. 지난 14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스포츠 드라마의 선입견을 깼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극중 조병규는 낙하산 드림즈 운영팀 직원 한재희 역으로 활약,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캐릭터를 친근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호평을 얻었다.

연이은 흥행 성공에 기쁨에 취해 있을 법도 하지만 최근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조병규는 제법 진지하게 차기작에 대한 고민을 기자에게 꺼내놓았다.

낙하산 드림즈 직원 한재희 역을 맡은 조병규 / SBS '스토브리그' 방송화면
낙하산 드림즈 직원 한재희 역을 맡은 조병규 / SBS '스토브리그' 방송화면

- ‘SKY 캐슬’에 이어 또 한 번 흥행에 성공했다. 소감이 어떤가.
“성공이 되면 될수록 다음 작품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막중해지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결정하거나 배역을 선택할 때 많이 신중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진 부담스러운 긴장감 정도는 아니고 좋은 긴장감으로 다가와 적당히 즐기고 있다.”

- 스포츠 드라마가 성공한 사례가 드물어 ‘스토브리그’를 선택한 게 모험이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야구 드라마, 스포츠 드라마가 성공한 적이 없고 해서 염려는 있었다. 하지만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스토브리그’의 서사와 구성이 치밀하고 완벽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야구팬분들에겐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다만 이게 과연 야구팬이 아닌 분들에게도 호의적으로 열광할만한 요소가 있을까에 대해선 의문이었는데 그럼에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대본 서사가 탄탄했고 구성이 치밀했기 때문인 것 같다.”

- 야구를 잘 아는 편인가.
“구기 종목 스포츠에 대해 다 관심이 많은 편이라 촬영하는 배우분들에 비해 문외한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대중분들은 경기를 주로 보지 않나. 경기 이면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는 야구팬분들도 정확히 아시는 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 역시 그랬다. 그래서 ‘스토브리그’ 촬영하면서 경기의 결과와 직결되는 게 스토브리그(프로 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를 얼마나 알차게 보냈느냐가 참 많이 연결되는구나를 알게 됐던 것 같다.”

- 재벌 3세, 낙하산, 금수저라는 키워드를 지닌 캐릭터를 호감형으로 그려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를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나.
“재벌 3세, 낙하산, 금수저라는 키워드가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 매체에서 불호감, 악역쪽으로 주로 배출이 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본) 베스트 댓글 중에 ‘낙하산에 금수저, 재벌 3세인데 안심되는 건 너가 처음이야 한재희’가 있었다. 그걸 보고 응원이 많이 됐다. 재벌 3세, 낙하산 등 키워드를 설명하는 장면들이 극중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매 장면마다 ‘어떻게 하면 조금씩 그런 점들을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생각한 게 의상이었다. 공사장을 가는 장면에서 모두가 인지할 수 있는 캐나다 구스를 입는다던가, 모두가 아는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는 방식으로 매주 옷 피팅에 신경을 많이 썼다.”

낙하산, 재벌 3세 등의 설정을 지닌 캐릭터를 호감형으로 표현해낸 조병규 / HB엔터테인먼트
낙하산, 재벌 3세 등의 설정을 지닌 캐릭터를 호감형으로 표현해낸 조병규 / HB엔터테인먼트

- 한재희 역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개인적으로 드라마의 톤이 굉장히 진지하고 무겁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너무 무거워 보기에 부담스러워하는 시청자분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능적인 측면에서 재희의 대본을 봤을 때 중간중간 사람들이 잠깐 쉬고 넘어갈 수 있는 타이밍을 주고, 피식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장면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또 재벌 3세, 낙하산이라는 키워드를 호의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생각해서 택한 게 약간의 허술함, 계속해서 웃고 웬만한 상황들을 낙천적으로 풀어가는 방식 등이었던 것 같다.”

- 있다른 스포츠 드라마에 출연할 수 는 기회가 생긴다면, 출연할 의사가 있나.
“스포츠 드라마를 한 번 해봤는데 너무 어렵더라. ‘스포츠가 아무나 다룰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벽이 정말 높구나 생각했다. 스포츠 드라마는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정 하게 된다면 선수 쪽으로 하고 싶다. 프런트는 일이 너무 많더라. 하하”

- 극중 박은빈(이세영 역) 껌딱지로 이번 작품에서 활약했다. 박은빈과의 현장에서 호흡 어땠나.
“(박은빈) 누나랑은 JTBC ‘청춘시대2’라는 작품에서 3년 전 먼저 만났었다. 당시 먼 곳에서 바라보면서 ‘어떻게 저런 선한 에너지를 풍기는 배우가 있을까’라는 마음에 지니고 있었다. 이번에 오랜만에 재회하면서 봤는데 일관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더라. 누나가 연기한 지 25년이 됐는데, 제가 올해 딱 25살이다. 제가 살아온 만큼 연기를 한 대선배님이셔서 삶의 지침이나 방향성, 비전에 대한 인도를 받았었다. 그러다보니 누나에게 의지도 많이 했고, 연기적으로 상의할 게 있으면 하고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선배답게 잘 이끌어준 게 있어 촬영하면서 참 많은 빚을 진 느낌이다.”

- 남궁민과도 브로맨스를 선보였는데, 어땠나.
“‘스토브리그’ 배우들 중 막내였다. 그러다보니 (남)궁민 형을 비롯해 모든 선배님들에게 사실 배울 게 많아서 ‘학습의 장’ 같은 느낌이었다. 저는 아직까진 어리기도 해서 제 생각을 이야기해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고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반면 형 같은 경우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스태프분들과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는 걸 보고 ‘저런 건 많이 터득해서 꼭 다음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 데뷔 초반에 웹드라마 촬영을 많이 했더라. 다시금 웹드라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
“요즘 웹드라마 핫해지다보니 웹드라마 출연도 소속사에서 관여하고 오디션을 보는 경우가 많이 생기더라. 예전엔 단편영화보듯 프로필 들고 가서 오디션을 보던 시기가 있었는데 웹드라마가 흥하니 점점 그렇게 변하더라.

웹드라마가 생겨난 초창기 때 ‘음주가무’ 비트윈‘ ’사랑 쓰다‘ 등 웹드라마 정말 많이 했었다. 그땐 작품 출연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보니 (매체를 가리지 않고) 여러가지 해서 제 얼굴을 보여주는 게 임무였고, 그렇게 여러 매체들을 옮겨가며 촬영을 했었다.”

- 예전의 임무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었다면, 요즘의 임무는 무엇인가.
“’단역1‘ ’학생2‘ 같은 작은 역부터 시작해서 스토브리그 포스터에 이름을 올리가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 같다. 선배님들이 걸어오셨던 길에 비해선 너무나 하찮을 수 있지만 나름 또래 배우들에 비해선...세어보니 작품 수가 거의 70개 가까이 되더라. 쉽게 올라오진 않았지만 ’스토브리그‘ 포스터에 올리기까지 좋은 성장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그런 발판이 있었기 때문에 ’스토브리그‘도 안정적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작품에도 신중하게 잘 할 수 있는 것, 시청자분들이 열광할 수 있는 작품 만나기 위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알린 지금 시점에서도 작품에 대한 불안감이 있나.
“제가 겸손한 건 절대 아니다. 제 위치가 여유를 가져야 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 자신을 낮게 평가하고 엄격한 것도 있다. 그런 시선들이 오히려 지금까지 단단하게 걸어왔던 발판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해 더 이런 태도를 견제하며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음 작품에 대한 불안감은 아직까지 있는 것 같다. ’SKY 캐슬‘ 이후로 (시청자들에게) 이름을 조금 각인시켰기 때문에 첫 타이틀롤 맡은 ’스토브리그‘가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었다. (’스토브리그‘가) 잘 안 됐을 때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다음 작품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은 계속 있는 것 같다.”

데뷔 5년 만에 70여 작품에 출연한 조병규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5년 만에 70여 작품에 출연한 조병규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개인적으로 사극에 대해 관심이 많다. 어머니가 중학교 사회 선생님이시기도 하고, 저도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한국사에 대해 실제 공부를 많이 하기도 했고, 공부를 잘 했던 분야가 사회 쪽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극에 대한 관심이 좀 더 큰 것 같다.”

“연기를 점점 하면 할수록, ‘배우 조병규’가 각인되면 될수록 책임감과 부담감이 따라오더라. 동시에 겁이 수반되더라. ‘스토브리그’를 다 마치고 돌아보니 내가 그 겁 때문에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못했던 순간이 생겼었던 것 같다. 지금 휴식기가 있을 때 선을 잘 지키는 선에서 과감한 선택을 해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병규와의 인터뷰는 취재진에게 제법 신선함을 안겼다. TV 속 천진난만 장난꾸러기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조병규는 데뷔 5년 만에 이뤄낸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진중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점차 성장해가는 배우 조병규. 자신의 위치가 지닌 책임감과 무게감을 알고 있는 그가 선보일 앞날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