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의 끝을 아십니까 ①일회용 마스크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인간 역시 이 같은 진리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숨이 다한 인간은 이내 흙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은 어떨까.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물건들이지만, 우리는 그 끝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아주 잠깐, 너무나 쉽게 사용한 물건들 중 상당수가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 머문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인간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무수히 많은 물건들, 그것들의 끝을 따라가 본다. [편집자주]

우리 일상 속 필수품이 된 일회용 마스크, 그 끝을 따라가본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우리 일상 속 필수품이 된 일회용 마스크, 그 끝을 따라가본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20년 2월, 대한민국은 ‘마스크 공화국’이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수년 전부터 극심해진 미세먼지가 마스크를 대중화시켰다면, 코로나19 사태는 마스크를 온 국민 필수아이템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마스크는 황사 및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고,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같은 이유로 산업현장 및 의료현장에서도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사용되는 마스크는 대부분 일회용이다. 계속해서 사용 가능한 면마스크의 경우 ‘필터’ 기능이 약해 그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 국민들의 최대 당면과제는 마스크를 구하는 일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품귀현상이 지속되면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마스크 구매가 쉽지 않다. 온라인 및 홈쇼핑의 판매재개를 실시간으로 기다리고, 대형마트에 긴 줄이 늘어설 정도다. 이마저도 순식간에 매진돼 대부분은 허탕을 치곤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하루 마스크 생산량은 1,200만~1,300만장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이 많다. 정부가 마스크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당분간 마스크 품귀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공장소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더 어렵게 됐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공장소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더 어렵게 됐다. /뉴시스

◇ 미세먼지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필수템’ 등극… 분리수거는 ‘NO’

이처럼 마스크 생산과 구입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이, 간과되고 있는 것이 있다. 생산 및 사용량과 나란히 폭증할 수밖에 없는 ‘마스크 쓰레기’ 문제다.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이 하루에 1개씩 일회용 마스크를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에 1,000만개의 마스크 쓰레기가 발생한다. 한 달이면 3억개다. 이 마스크를 일렬로 늘어트리면 서울~부산을 75번 왕복할 수 있다.

일회용 마스크를 이루는 주 소재는 폴리프로필렌 부직포다. 필터 기능 및 겹 수에 차이는 있지만, 이 역시 모두 폴리프로필렌 부직포로 이뤄진다. 여기에 얼굴에 고정하기 위한 철사 및 플라스틱, 그리고 귀에 걸기 위한 나일론 끈 등으로 일회용 마스크가 완성된다.

일회용 마스크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폴리프로필렌 소재는 일상생활에 용이한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인체에 무해해 다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기 젖병도 대부분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질 정도다. 또한 폴리프로필렌은 재활용이 가능하고, 다른 화학제품에 비해 환경오염을 덜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은 환경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기본적으로 땅에 매립되면 수백 년을 썩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면 미세 플라스틱이 될 수 있다. 이에 비하면 그나마 소각되는 것이 낫다. 폴리프로필렌은 다른 화학제품에 비해 소각 시 유해물질 배출이 적다. 다만, 이 역시 일산화탄소 등 대기오염 물질을 유발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분리수거 후 재활용하는 것이다. 분리수거 된 폴리프로필렌은 재활용 공정을 거쳐 새로운 폴리프로필렌 제품을 만들거나 연료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용기나 병, 컵 등은 현재 분리수거 후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뉴시스

그런데 일회용 마스크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우선,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거나 감염병 확진자또는 자가격리 대상자 착용한 일회용 마스크의 경우 별도 수거돼 소독 및 소각 처리된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버린 일회용 마스크다. 환경부의 ‘재활용품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회용 마스크는 재활용 쓰레기가 아닌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 따라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면 된다. 이렇게 다른 생활쓰레기들과 함께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는 각 지자체의 처리 방법에 따라 매립 또는 소각된다.

일회용 마스크의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다른 소재들과 복합적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고정용 철사와 플라스틱, 끈 등을 폴리프로필렌이 아니기 때문에 분리수거 시 이를 해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간 및 비용 등을 감안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한 재활용수거업체 관계자는 “설사 부직포 부분만 분리배출 한다 하더라도 제조과정에서 다른 성분들이 첨부됐을 수 있어 실제 재활용이 얼마나 가능할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신소개개발이 아니더라도 대책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처리방법이 소각인 만큼, 적어도 매립되는 일은 없도록 별도 수거시스템을 마련한다거나 애초에 폴리프로필렌 부직포와 보정용 소재의 탈착 또는 분해가 용이하도록 제작하는 것 등이다.

물론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후에 일회용 마스크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처리되는지 역시 놓쳐서는 알 될 중요한 문제다. 일회용 마스크가 일상 속 필수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착용한 마스크가 종국에 우리의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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