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소유 토지·건물, 레저시설 운영사 지분 등 매각 주관사 선정 나서
조중훈 창업주·조양호 선대 회장 경영철학 받들어… 유휴자산 매각, 주총 향방에 영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위기론을 강조하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이 보유한 유휴자산 일부를 매각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한진그룹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한진그룹은 최근 운수업과 무관한 유휴자산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해 관련사에 ‘매각 자문 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했다고 27일 밝혔다.

한진그룹의 이번 행보는 한진칼 대주주 3자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잇단 문제제기를 의식한 행보로도 분석된다. 앞서 강성부 KCGI 대표는 3자 연합을 구성하기 전인 지난해 1월부터 한진그룹 오너와 경영진을 상대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자산매각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해온 바 있다. 강성부 대표는 최근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자산매각과 관련해 지적을 이어갔다.

한진그룹은 KCGI가 기자간담회을 연 지 일주일 만에 유휴자산 매각과 관련한 움직임에 속도를 붙였다.

한진그룹이 이번에 매각 대상으로 꼽은 유휴자산은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 및 건물(605㎡) △대한항공이 100% 보유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5만3,670㎡) 및 건물(1만2,246㎡)이다.

한진그룹은 제안 요청서를 △부동산 컨설팅사 △회계법인 △증권사 △신탁사 △자산운용사 △중개법인 등 각 업계를 대표하는 12개사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진그룹은 해당 12개사에서 오는 3월 24일까지 제안서를 받아 심사를 통해 후보사를 선정하고, 제안 내용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등을 진행해 최종 매각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매각 주관사는 △시장분석 및 매수 의향자 조사 △자산 가치 평가 △우선협상자 선정 △입찰 매각 관련 제반 사항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입찰사는 매각 건별로 제안을 하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한 제안도 가능하다.

한진그룹이 비수익 유휴 자산 매각 작업을 본격화 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 의지에 대한 실천의 일환이다. 한진그룹은 로스앤젤레스(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 및 인천 소재 그랜드하얏트인천 등에 대해서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지속적인 개발·육성 또는 구조 개편의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등을 조속히 매각 완료함과 동시에 재무 구조 및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것”이라며 “이를 차질 없이 이행해 주주 가치를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 미국 현지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숙환으로 별세했다. /뉴시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 회장은 지난 2003년 부친인 조중훈 창업주의 뒤를 이어 한진그룹 회장에 올라 그룹을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뉴시스

조 회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와 조양호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중훈 창업주는 사업 확장에 있어 ‘운송’과 관련되지 않은 영역은 침범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우고 지키면서 그룹을 키웠다”며 “조양호 선대 회장도 부친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한진그룹을 항공, 해운, 육상 물류를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조 회장의 이번 행보는 선대 회장의 유훈을 이어가는 첫 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양호 선대 회장은 지난 2003년 회장 취임 이후부터 지난해 4월 타계하기 직전까지 줄곧 외형적 확장보다 내실경영을 강조했다. 조양호 선대 회장은 “수송 물류가 한진그룹의 본류(本流)다. 덩치를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M&A)은 절대 사절”이라며 “재계 순위가 몇 위인지보다 질적으로 강한 기업, 경쟁력 있는 그룹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 당장은 효과가 없더라도 ‘한 우물’만 팔 것”이라고 말해왔다.

한진그룹이 이번에 매각하려는 사업부문은 대부분이 수송 물류 분야와는 무관하다. 이번 유휴자산 매각은 KCGI 등 3자 연합의 요구 조건에도 일부 부합하는 만큼 다음달에 있을 한진칼 주주총회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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