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내 감염자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손소독제 효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국내 감염자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손소독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추세다. 손소독제는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에 살균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많은 손 소독제 업체들은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도 살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홍보와 함께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의 ‘완전 박멸’과 ‘즉시 박멸’을 홍보하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주장, 과연 사실일까. 

◇ 주성분 에탄올, 바이러스 살균 효과 있다  

코로나19는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의한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유전적 배열에서 양방향 외가닥 RNA(single-stranded RNA) 코로나바이러스로 드러났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선 최근 일주일 새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뿐 아니라 손소독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손소독제는 물과 비누가 없이도 손에 잔류하는 세균을 없애줄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다만 온라인상에선 이번 바이러스가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그 효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약학과 의학계에선 어느 정도 살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중론이다. 손소독제는 흔히 에탄올과 이소프로판올 등 알코올이 주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다수의 연구를 통해 에탄올과 이소프로판올은 세균의 단백질 외형을 망가뜨려 지질을 변형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에탄올의 바이러스에 살균력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이 돼 왔다”며 “이번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사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국제학술지 ‘병원 감염 저널’에 발표된 독일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에탄올은 농도 42.6% 이상일 때부터 사스(SARS)와 메르스(MERS) 등의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울러 70~75%였을 때 최적의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 적정 에탄올 함유량 60% 이상부터… 꼼꼼히 사용해야 효능↑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일종이다. 코로나19는 유전적으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약 80% 유사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지질로 된 막으로 둘러싸인 외피를 가진 바이러스로도 전해진다. 이에 의학계에선 에탄올이 해당 지질을 변형시키는 방식으로 살균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적정 에탄올 함유량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 시중에 유통되는 손소독제의 함유량을 60%~70% 선이 일반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통상 에탄올 함유량 60~70% 정도로도 살균 효과가 좋다고 보고 손소독제 허가를 해주고 있다”며 “함유량이 그 이상을 넘어가는 경우, 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허가를 한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에탄올 함유량을 가진 손소독제는 80%대 초반 선까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라별로 소독제의 에탄올 권장 함유량이 다른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에탄올 60~95% 이상을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살균력이 유지되려면 70%이 넘어야 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학계의 통일된 의견은 아니다”며 “일반인이 에탄올 함유량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면 손이 건조해지고 피부 트러블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병원에서 의학용으로 사용할 때는 에탄올 70%의 제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아이나 피부가 약한 사람이 에탄올 함유량이 높은 손소독제 제품을 사용하면 피부에 안 좋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완전 박멸도 가능?… 과장광고 소지 주의  

정 교수는 “손소독제는 어떤 제품을 쓰느냐는 것보다 충분한 양을 잘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손소독제를 손 구석구석 꼼꼼히 문지르지 않거나 충분히 건조시키지 않는다면 사용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손에 묻은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선 무엇보다 비누를 이용한 잦은 손 씻기가 병행돼야 한다고 의학계는 보고 있다. 비누칠한 손은 흐르는 물에 30초간 씻어야 효과가 발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온라인 쇼핑몰상에선 코로나19 박멸 효능을 홍보하며 손소독제를 판매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각종 온라인 쇼핑몰 캡처

최근 온라인 쇼핑몰상에선 코로나19 예방 효능을 강조하며 손소독제를 판매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심지어 일부 판매처에선 이번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완전 박멸을 홍보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99.9% 박멸 문구로 바이러스에 효능을 단정하거나 즉시 박멸을 홍보 문구로 사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로서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는 없는 상태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효능을 검증한 직접적인 실험성적서도 없다. 입증 자료 없이,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완전 박멸을 강조한 제품 홍보는 자칫하면 과장·허위 광고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정재훈 교수는 효과에 대한 단정적 표현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정 교수는 “살균 효과가 있다는 표현을 할 수는 있지만 특정한 바이러스를 완전히 죽일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식약처 측도 난색을 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신종 바이러스 균주(코로나19 균주)조차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일텐데, 특정 바이러스에 완전 박멸을 홍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이버 검사팀에서 과장 허위 광고에 대한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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