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4·15 총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청와대 출신 예비후보들이 줄줄이 미끄러졌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70명 이상 출마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프리미엄’이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역 민심은 달랐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지난 26일 밤 29곳 지역구 경선결과를 발표했다. 29곳 중 청와대 출신 인사가 나선 곳은 경기 남양주을, 서울 은평을, 경기 부천 원미을, 서울 성북갑, 대구 달서을, 경남 창원마산합포 등이다. 

현역과 맞붙어 진 청와대 인사로는 경기 남양주을의 김봉준 예비후보다. 김 후보는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지냈지만 현역 김한정 의원에게 패했다. 서울 은평을의 김우영 예비후보는 은평구청장 출신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을 지냈지만, 현역 강병원 의원에게 졌다. 경기 부천 원미을에서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서헌성 예비후보가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에게 패했다.

현역과의 경선에서 승리해 눈길을 끈 인사로는 서울 성북갑의 김영배 예비후보다.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냈으며, 이번 경선에서 현역 유승희 의원을 꺾었다. 유 의원은 27일 “권리당원에서 더블로 진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후보의 경우 2010년부터 8년간 성북구청장에 당선된 데다 3선 도전 없이 청와대로 가 지역에서 피로도가 낮은 편”이라며 “지역에서 현역 의원에 대한 피로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 대구 달서을에서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허소 예비후보가 김위홍 예비후보에게 이겼고, 경남 창원 마산합포에서도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박남현 예비후보가 박종호·이현규 예비후보와의 경선에서 승리했다. 

다만 허소 후보는 청와대 행정관 경력 뿐 아니라 민주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박남현 후보는 민주당 창원 마산합포 지역위원장을 지냈고 지난 20대 총선에도 출마했던 전력이 있다. 청와대 행정관 경력으로만 승리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낸 청와대 출신 인사는 수석·비서관·행정관을 통틀어 44명이다. 청와대 출신 인사가 대거 출사표를 내면서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 프리미엄’이 과하게 작용할 수도 있어 당내에서도 노심초사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경선 여론조사 문구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넣지 못하게 한 점이 ‘청와대 프리미엄’ 작용을 막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경선 과정에서 해당 문구를 빼려다가 ‘6개월 이상 근무자’에 한해 문구를 허용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타이틀 하나로만 10~20%가 왔다 갔다 한다”면서 “이 때문에 특혜로 보일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서는 ‘청와대 프리미엄’으로 공천을 받아낸 인사가 아니라 지역에서 오래 머물며 현안을 아는 인사가 후보로 뽑혀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2년 전 지방선거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실제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별다른 기여도 없이 청와대에 좀 있었다는 것만 내세워 출마하려는 사람도 많다. 특혜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6일 발표된 1차 경선 결과를 보면 권리당원과 지역주민들이 단순히 현직 대통령과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후보를 고르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으로도 보인다. 이에 앞으로 남은 세 차례의 경선 결과도 이같은 양상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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