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에서 귀신 장국영을 연기한 김영민 스틸컷. /찬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에서 귀신 장국영을 연기한 김영민 스틸컷. /찬란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자신을 ‘장국영’이라 우기는 한 남자가 있다. 러닝셔츠 차림에 반듯하게 빗어 넘긴 머리, 엉뚱한 행동까지. 이상한 사람임이 틀림없는데, 자꾸 눈이 가고 묘하게 빠져든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 속 ‘귀신’ 장국영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비밀스러운 남자는 배우 김영민을 만나 더욱 매력적으로 탄생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평생 일복만 터졌는데 실직 후 전에 없던 복이 굴러들어오는 찬실(깡말금 분)의 이야기를 기발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단편영화 ‘겨울의 피아니스트’(2011), ‘우리순이’(2013), ‘산나물 처녀’(2016) 등으로 큰 주목을 받은 신예 김초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지난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한국영화감독조합상‧CGV아트하우스상‧KBS독립영화상)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역경 앞에서도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내는 주인공 찬실과 주변인들의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내 웃음과 공감, 위로를 전한다.

특히 현실적이면서도 공감을 부르는 캐릭터들이 풍성하게 극을 채워 재미를 선사하는데, 유독 눈길이 가는 인물이 있다. 이 영화의 ‘히든 캐릭터’이자 본인이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러운 남자가 그 주인공.

찬실의 눈에만 보이는 이 남자는 ‘현실’을 그려낸 이 영화 속 유일한 ‘판타지적’ 인물이다. 찬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 남자를 귀신이라 생각하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의 말을 잘못 해석해 ‘이불 킥’하는 사건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찬실은 귀신 장국영을 통해 위로받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귀신 장국영은 김영민을 만나 더욱 빛을 발했다.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선 굵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여 온 그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으로 풀어내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김영민. /뉴시스
탄탄한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김영민. /뉴시스

특히 실제 장국영과 똑닮은 외모와 분위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앞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김영민은 “평소 홍콩배우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홍금보가 아닌 장국영 캐릭터여서 다행이었다”는 재치 있는 소감을 전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영민은 연극 ‘내게서 멀어지는 것은 작다’(1999)를 시작으로 ‘나운규’ ‘레이디 맥베스’ ‘햄릿’ ‘청춘예찬’ ‘에쿠우스’ ‘돈키호테’ ‘M.Butterfly’ 등 다수의 작품으로 무대에 올라 연기 내공을 다진 실력파 배우다.

2001년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매체로 활동 반경을 넓힌 그는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퍼펙트 게임’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등과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판타스틱’ ‘나의 아저씨’ ‘구해줘 2’ 등에 출연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사랑의 불시착’ 속 활약도 돋보였다. ‘귀때기’라 불리는 도감청실 소속 군인 정만복을 연기한 그는 코믹과 진중함을 아우르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리정혁(현빈 분) 형제에 대한 죄책감부터 조철강(오만석 분)을 향한 분노와 원망 등 만족의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북한군부터 ‘귀신’ 장국영까지, 다채로운 매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김영민.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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