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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저항보고서
[멸종저항보고서②] 펭수는 ‘참치길’만 걸을 수 있을까
2020. 02. 28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멸종(Extinction)’. 지구상에 존재하던 어떤 종이 모종의 이유로 세계에서 사라져 개체가 확인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지구의 입장에서 멸종은 항상 일어나는 작은 사건일 뿐이다. 지구의 생명역사가 시작된 38억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생명체 대부분이 사라지는 ‘대멸종의 시대’가 존재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멸종의 원인이 기존의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 아닌, 인간이 직접적 원인이 된 멸종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오염, 불법 포획부터 지구온난화까지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결과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제 지구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 스스로 자초한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는가.” [편집자 주]

‘우주 대스타’를 꿈꾸고 남극에서 건너온 펭귄 ‘펭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참치다. 그러나 참치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어쩌면 참치가 미래에 우리 식탁에서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과연 펭수는 앞으로 참치길만 걸을 수 있을까./ 자이언트펭TV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주 대스타’를 꿈꾸고 남극에서 건너온 펭귄 ‘펭수’. 펭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는 ‘참치’다. 그의 참치 사랑은 남달라 ‘참치송’을 만들어 부를 정도다. 그의 참치송에 감명받은 국내식품업체 동원은 자사 대표 제품인 ‘동원참치’의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그 소식을 접한 다수의 유튜브 시청자들은 펭수에게 “앞으로 참치길만 걷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펭수의 ‘참치길’을 향한 발걸음을 막는 걸림돌이 있다. 바로 참치가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펭수는 앞으로 참치길만 걸을 수 있을까.

◇ 멸종위기종에 처한 참치... ‘판다’보다 위험한 종도

흔히 통용되는 명칭인 ‘참치’는 농어목 고등어과의 다랑어족에 속하는 어류들의 총칭이다. 참치는 분포 수역에 따라 열대성 다랑어, 온대성 다랑어로 구분된다. 보통 열대성 다랑어에 속하는 참치종은 가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이며 온대성 다랑어는 참다랑어와 날개다랑어 등이 속한다. 그 외에는 연안성 다랑어류로 분류된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참치는 놀랍게도 지난 2011년부터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상태다. 우리가 보통 참치통조림, 횟감 등 다양한 식품 형태로 자주 접하기 때문에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멸종위기종 목록인 ‘레드 리스트’. 참치 7종 중 6종이 멸종위기에 처했거나 근접한 상태다./ 그린피스

2015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멸종위기종 목록인 ‘레드 리스트’에 따르면 7종의 참치 중 6종이 멸종위기에 처했거나 멸종위기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체수가 거의 없어 매우 위험한 단계로 분류되는 ‘심각한 위기종(CR)’에는 남방 참다랑어가 지정됐다. 바로 아래 단계인 ‘멸종위기종(EN)’에는 대서양 참다랑어가 포함됐다. 멸종위기 직전으로 분류되는 ‘취약종(VU)’은 눈다랑어와 태평양 참다랑어가, ‘위기근접종(NT)’은 황다랑어와 날개다랑어로 분류됐다.

이는 우리가 흔히 멸종위기종으로 알고 있는 ‘자이언트 판다(VU단계)’보다 높거나 같은 수준이다. 다행히 우리가 참치캔으로 쉽게 접하는 가다랑어는 멸종위기 혹은 멸종위기 근접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역시 개체수 관리가 필요한 ‘관심필요종(LC)’으로 분류된 상태다. 특히 전문가들은 CR단계에 들어선 남방 참다랑어의 경우 오는 2030년대에는 완전히 멸종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해양 생태계 학자들은 참치의 멸종이 단순히 ‘참치를 먹지 못하게 된다’는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참치의 멸종은 해양생태계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에 판다라면 좀더 신경 써줄까?” 참치는 우리가 흔히 멸종위기종으로 알고 있는 ‘자이언트 판다(VU단계)’보다 높거나 같은 수준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참치는 바다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포식자다. 참다랑어의 경우 2m크기로 자라며 무게는 300kg에 육박한다. 상어, 고래 등의 최상위 포식자들과 정어리, 고등어 등 하위 포식자 사이의 연결단계다. 

이렇게 해양 생태계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는 참치가 멸종할 시 최상위권 포식자들의 먹이가 부족해진다. 반면 참치가 사냥했던 피식자 위치에 해당하는 종들은 급증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생태계 최하위에 속하는 멸치 등의 종들은 숫자가 급속도로 감소하게 되고 결국 먹이사슬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피식자와 포식자의 균형이 사라지면서 생태계가 붕괴된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1926년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늑대가 사라지면서 말코손바닥사슴이 크게 번성했다. 그러나 천적이 사라진 사슴들은 식물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면서 숲이 황폐화되고 강변 토양 지반이 침식되며 옐로스톤의 생태계가 붕괴됐다. 결국 미국 정부는 1995년부터 캐나다에서 늑대들을 데려와 옐로스톤에 이주시켜 생태계를 복원시켰다.

그린피스에서 촬영한 집어장치의 모습./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유튜브
그린피스에서 촬영한 죽음의 덫’이라 불리는 집어장치(FAD)의 모습.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유튜브

◇ 해양생태계 붕괴시키는 ‘죽음의 덫’ 집어장치와 연승어업

해양학자들은 참치의 멸종위기의 원인은 ‘남획’과 ‘서식지 파괴’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집어장치(Fish Aggregating Device, FAD)’로 불리는 어획방법과 가장 큰 문제로 지목받고 있다.

일명 ‘죽음의 덫’이라 불리는 집어장치는 해양생물을 유인해 대량으로 포획하기 위해 바다에 띄워놓는 장치를 말한다. 보통 스티로폼 등으로 제작된 집어장치를 바다에 띄워놓으면 참치 등 해양생물들은 이것을 작은 물고기들이 피난처로 생각해 모여들게 된다. 포식자에 속하는 참치 등 대형 물고기들도 이를 사냥하기 위해 집어장치 주위로 모여든다. 그렇게 모여든 해양생물들을 그물을 통해 전부 퍼올려 대량으로 포획한다.

죽음의 덫’이라 불리는 집어장치(FAD). 집어장치를 피난처로 착각한 해양생물들이 모여들게되고 이를 그물을 통해 싹쓸이해서 잡게된다./ 그린피스 인포그래픽
집어장치의 원리를 나타낸 모식도. 집어장치를 피난처로 착각한 해양생물들이 모여들게되고 이를 그물을 통해 싹쓸이해서 잡게된다. / 그린피스

문제는 집어장치를 사용하면 참치의 치어까지 싹쓸이해버리게 된다. 또한 바닷속 2km까지 깊숙이 설치된 그물은 참치 이외에 고래, 상어, 바다거북 등 다른 대형 포식자들까지 잡아들인다. 사실상 작은 해양생태계가 통째로 그물질 한 번에 사라지는 셈이다. 때문에 생태계 파괴로 인한 참치 개체 수 감소까지 발생하게 된다.

‘연승어업’도 참치 멸종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연승어업이란 수백km에 달하는 길이의 낚시줄에 수천개의 낚시 바늘을 달아 물고기를 잡는 어획 방식이다. 이 낚시 바늘에는 참치뿐만 아니라 바닷새, 바다거북, 상어 등 수많은 해양 생물들이 잡혀 해양생태계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국제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의 자료에 따르면 연승어업으로 인해 매년 16만마리의 바닷새와 30만마리의 바다거북이 희생당하고 있다. 특히 상어의 경우  수백만마리가 넘어 측정이 힘들 정도다.

‘텅 빈 바다’의 저자 찰스 클로버는 “당신이 먹는 참치 통조림 한 캔에는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거의 모든 바다생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집어장치와 연승어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우리가 먹는 참치캔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작은 생태계 하나가 들어있는 셈이다./그래픽=김상석 기자

◇ 참치 보존을 위한 움직임들… 지속가능어업부터 양식까지

다만 전문가들은 ‘참치가 멸종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먹어선 안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환경파괴를 일으킬 수 있는 집어장치, 연승어업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통해 참치를 잡아야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어업이란 바다에 존재하는 수산자원과 그들의 서식지를 보존하는 동시에 수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이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비영리기구 해양관리협의회(MSC)가 제시한 지속가능한 어업의 3가지 조건은 △지속가능한 자원량 유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효율적인 어업 관리다. 이들 조건에 따라 어업 활동은 바다의 자원량이 풍부하고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져야하며 그들의 서식지, 생태계가 보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MSC인증을 받은 어획업체는 관련 법규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세계 최대의 참치캔 제조업체 타이유니온은 지난 2017년 그린피스 활동가로부터 ‘68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참치 산업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수용했다./ 그린피스

실제로 환경단체들의 운동과 해양 전문가들의 노력은 MSC가 제시한 지속가능한 어업을 실행하는 업체를 늘리는 성과를 가져오고 있다. 지난 2017년 세계 최대의 참치캔 공급업체인 타이유니온은 지속가능한 어업에 참여했다. 

타이유니온은 집어장치의 사용을 50%까지 감소와 집어장치 없이 잡는 참치의 공급량을 두 배 이상 늘릴 것을 약속했다. 또한 연승어업으로 잡히는 참치의 상당 부분을 지속가능한 어업 방식인 ‘채낚기’ ‘트롤 어업(저인망 어업)’ 등으로 대체했다. 

국내 최대의 참치캔 제조업체인 동원도 지속가능한 어업에 참여한다. 동원참치는 지난 2013년 그린피스가 선정한 ‘착한 참치캔 순위’에서 꼴찌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얻은 바 있다. 집어장치 사용과 참치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공개된 정책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MSC 어업인증을 획득하고 국내 수산업계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생선인 참치. 어쩌면 미래엔 우리 식탁뿐만 아니라 바다에서조차 참치를 볼 수 없게될지도 모른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언제나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참치들. 무분별한 어업과 서식지 파괴로 인해 멸종위기에 내몰린 참치들을 위해 좀 더 노력해야할 때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아울러 참치 양식도 참치의 개체수 보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일본의 긴키 대학에서 참다랑어 양식에 세계최초로 성공했다. 치어를 바다에서  잡아와 양식하는 것이 아닌 알을 부화시켜서 양식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에 이어 지난 2015년 국립수산과학원 주관 하에 전남 거문도 양식장에서 참다랑어 양식에 성공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사람들은 바다는 항상 무한한 자원으로 가득 차있을 것으로 오해하지만 무분별한 어업활동으로 텅 비어가고 있다”며 “바다의 지속성을 가늠화고 친환경적인 조업방식을 통해 미래 세대에 소중한 수산자원을 물려줘야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누군가 “고래와 판다가 멸종위기에 처했습니다!”라고 외친다면 우리는 전혀 놀라지 않는다. 이미 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치들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귀여운 판다, 고래뿐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퍼덕거리는 참치들의 몸부림에도 관심을 가져도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