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비례신당 열린민주당 창당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뉴시스
정봉주 전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비례신당 열린민주당 창당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정치인의 언행은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 생명을 연명하는 정치인에게 ‘말’은 그 무엇보다 무거워야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4·15 총선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비례대표 정당인 ‘열린민주당’(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했던 정 전 의원은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아 민주당 후보로 총선 출마가 막히게 되자 ‘제3의 길’을 꾸준히 언급해왔다.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서 그는 ‘제3의 길’ ‘제3-1의 길’을 곧 제안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소속 출마 혹은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창당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다. 지난 26일 <시사위크>의 취재에서도 그는 “저는 정당 안한다”라고 못박은 뒤 “민주당이 뭐가 좋아서 비례위성정당을 만들겠나. 저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삶을 살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28일 오전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서도 “창당하지 않는다. 지금 창당 준비하고 있는 분들 다 창당 못 한다. 물리적 시간이 넘었다. 하기가 힘들다”며 “억지로 하면 그 당은 콩가루 정당이 된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제3의 길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3의 길이요? 은퇴죠, 무슨 길입니까”라며 정계 은퇴까지 선언했다.

또 한 언론에서 자신이 ‘비례정당, 더파란민주당을 띄운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완전히 오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기사는 완전 오보다. 즉시 기사를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 이후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을 알리며 “제 심정을 다 밝히고 인공위성을 타고 집으로 떠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제가 (거취에 대해) 말했던 ‘제3의 길’은 종국적으로 통합 비례 정당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비례대표 정당인 ‘열린민주당’ 창당을 전격 선언했다.

그는 비례정당 창당설을 부인했던 이유에 대해 “알듯 모를 듯한 언어로 혼선을 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가 꼭 가야할 길을 선택했기에 준비하는 과정을 좀 많이 가려야 할 필요가 있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듯 모를 듯한 언어로 혼선’을 주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례정당 창당을 명확히, 강하게 부인했고 정계 은퇴 의사까지 밝혔다. ‘준비하는 과정을 가려야 할 필요가 있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얘기할 수 밖에 없었다’라는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는 연기자 수준의 연기를 하며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자신들이 준비 중인 비례정당 창당 계획을 언론에 공개했을 경우 극적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판단력이 흐리다면 정치를 하면 안된다. 그것은 ‘정봉주’ 하면 ‘거짓말 하는 믿을 수 없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진보진영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일부 ‘입진보’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증만 키울 뿐이다.

4‧15총선을 앞둔 민주당은 그렇치 않아도 지금 상당히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민심 이반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도 당 내에서는 민심과 동떨어진 설화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만 빼고’ 제목의 칼럼 고발로 “오만하다”는 거센 질책까지 받았다.

그런 와중에 이 같은 행태는 4‧15총선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여권에 다시 한번 치명상을 입히는 행위다. 이 같은 국민 우롱, 거짓 행위로 이번 총선에서 국민 지지를 얻을 기대를 했다면 접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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