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7 06:47
[김재필 '에세이'] H에게-코로나19, 무서워하지 말자
[김재필 '에세이'] H에게-코로나19, 무서워하지 말자
  • 김재필 사회학 박사
  • 승인 2020.03.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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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코로나19의 대유형(pandemic)이 시작되는 것 같네. 그동안 신중한 입장이던 세계보건기구(WHO)도 세계 다른 지역의 신규 확진자가 중국의 확진자 수를 초과하자 코로나19의 대유형 가능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네. 이런 역병이 돌 때 이른바 한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적어도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조장하는 말과 행동은 자제해야 한 다고 생각하네만… 우리 오피니언 리더들의 인권 의식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처럼 보여 답답해. 그래서 아직도 중국 탓하면서 공포감 조성에 몰두하고 있는 일부 정치 세력과 보수 언론인들에게 아직 코로나19 청정국가인 벨기에의 보건장관이 자국의 방송에서 했다는 말을 전하면서 글을 시작하고 싶네. “바이러스는 국경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괜히 실효성도 없는 국경 폐쇄 같은 조치로 공포감을 조성하지 말라는 뜻일세.

29개국 48개 연구소의 바이러스 전문학자들의 단체인 ‘전지구적 바이러스 네크워크(GVN)’는 지구화와 기후변화를 “바이러스의 여권”이라고 규정했네. 지구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바이러스가 어디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야. 실제로 바이러스는 국경도 존중하지 않고, 인종과 민족도 구별하지 않지. 하지만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국경은 고사하고 좁은 개울도 제대로 건널 수 없는 연약한 존재야.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지만 이동할 수 있어.

1980년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지구화로 지금은 돈과 상품 그리고 사람들의 이동이 자유로운 세상이 되었네. 온 세계가 국경이 무의미한 하나의 마을, 지구촌이 된 거야. 자연 속에 머물던 바이러스도 자기파괴적인 현대문명으로 인한 기후변화 덕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지구화의 거센 흐름을 타고 전 세계로 자유롭게 퍼져나갈 수 있게 되었지. 돈과 사람과 상품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바이러스도 함께 따라간다고나 할까. 바이러스는 원래 부지런한 일꾼은 아니었네. 하지만 신자유주의 지구화와 자연 파괴가 가속화되면서 바이러스도 덩달아 부지런하게 된 거지. 그래서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의 번식과 전염 속도가 바로 지구화의 속도라고 생각해도 크게 잘못된 건 아니야.

우리는 흔히 지구화의 빛만 보고 그림자는 보지 않으려 하네. 경제적으로 지구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나라들 중 하나가 우리 대한민국이야. 해년마다 엄청나게 많은 무역수지 흑자로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이거든. 덕분에 2017년에는 연인원 2,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더군. 하지만 나가는 게 많으면 따라 들어오는 것도 많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네. 바이러스는 지구화의 덕으로 누리는 부의 그림자들 중 하나일세. 다른 하나는 심각한 빈부격차이고.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정체도 하나 둘 밝혀지고 있네. 감염 속도는 엄청 빠르지만,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무서운 감염병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일세. 미국 하버드대 전염병학 교수인 마크 립시치는 이번 코로나19가 전 세계 인구의 40~70%를 감염시킬 수도 있지만,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네. 감염된 사람들이 다 크게 앓은 것도 아니라는 거야. 숫자는 많아도 가볍게 앓거나 무증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이 립시치 교수의 말을 전하고 있는 미국 언론 <애틀랜틱>에 의하면, 많은 전염병학자들은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 조류인플루엔자(H5N1), 사스, 메르스에 이어 5번째 계절성 질환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는군. 머지않아 겨울을 '감기와 독감, 코로나19'의 계절로 소개하는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거지. (미국에서 성인들은 매년 3번 감기에 걸리며, 연간 발생 건수는 5억 회에 달한다. 독감의 경우, 보통 10월부터 4월까지 매년 인구의 약 10% 정도가 감염되며, 사망자도 매년 평균 3만 명에 이른다. 닐 존슨,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암튼 코로나19는 전염 속도가 빨라서 무섭게 보일 뿐이지 치명적인 역병은 아닌 것 같네. 너무 무서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런다고 대수롭지 않은 감염병이라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말게. 예방수칙을 잘 지키면 크게 앓지는 않는다는 거야. 손 잘 씻고, 기침 예절 잘 지키고, 사람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 꼭 쓰고, 개인이 감염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꼭 해야지. 나의 부주의로 인해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조성을 그만 멈추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이번 위기를 극복하자는 광주시민단체협의회의 25일 성명을 다시 함께 읽어보세. “전염병 대응은 인류 공동의 과제이자 생존의 문제다. 이번 사태로 특정 국가와 지역, 종교 등이 혐오와 차별, 배타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포용력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부에 대한 믿음, 자체 방역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내일이면 봄이 시작하는 3월이네. 이제 백해무익한 공포 조성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할 때일세. 지리산에는 예년보다 보름이나 일찍 봄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하는군. 많은 사람들이 감염병 공포 훌훌 털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섬진강으로 꽃구경 가는 모습을 보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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