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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파 몰린 서울역… 4시간 만에 손에 쥔 마스크 5장
2020. 03. 03 by 범찬희 기자 nchck@naver.com
3일 오후 서울역 정문 앞이 마스크 구매하러 온 시민들도 가득하다. 이날 코레일유통은 전날에 이어 서울역 중소기업명품마루 매장에서 공적 마스크 2만장을 판매했다. / 사진=범찬희 기자
3일 오후 서울역 1번 출구 앞이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시민들도 가득하다. 이날 코레일유통은 전날에 이어 서울역 중소기업명품마루 매장에서 공적 마스크 2만장을 판매했다. / 사진=범찬희 기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대한민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전에 없던 ‘마스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아무리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 전역을 뿌옇게 뒤덮어도 ‘남아돌던’ 마스크를 구매하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국가적 재난을 이용해 웃돈을 받고 마스크를 되파는 양심 불량 업자들이 연일 당국에 적발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마스크로 설화에 휘말리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모두 질병 예방의 기본이 되는 마스크를 손에 넣는 게 어렵게 되면서 빚어진 일이다. 한가로운 평일 오후 수천명의 시민들이 서울역 광장 앞에 집결한 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다.

◇ ‘하늘의 별 따기’ 된 마스크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5,000명에 육박한 3일 정오 무렵의 서울역 정문에는 이미 수백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있었다. ‘공적 마스크’ 판매 예정 시간(오후 2시) 보다 1시간 반 이상 남은 이른 시간에도 300여명의 대기줄이 늘어서 있었다. 코레일 동계 코트를 착용한 역무원들도 나와 질서 유지에 여념이 없었다. 최기철 역무팀장은 “어제 준비했던 마스크 2만장이 2시간 40분 만에 완판 됐다”면서 “현재 대기 상황을 봤을 때 오늘은 더 많은 시민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판매된 마스크 2만장은 ‘대국민 마스크 노마진 행사’의 일환이다.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유통이 정부의 마스크 수급 공적 판매처로 지정된 중소기업유통센터와 손잡고 지난 2일부터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행사 첫날 서울역과 대전역에서는 마스크 3만장이 3시간만에 동났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코레일유통은 서울역(2만장)과 대전역(1만5,000장), 광주역(1만장)에서 1인당 5매 한정(5,000원)으로 마스크를 판매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공적판매처에서 해지되면서 이번 행사는 이날로 종료된다.

서울역 정문에 위치한 중소기업명품마루 매장 앞에 마련된 '대국민 마스크 노마진 행사' 계산대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 사진=범찬희 기자
서울역 1번 출구에 위치한 중소기업명품마루 매장 앞에 마련된 '대국민 마스크 노마진 행사' 계산대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 사진=범찬희 기자

시민들은 질서유지선을 따라 조바심 없이 판매 시간을 기다렸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온 60대 백모 씨는 “지인들이랑 11시 반쯤 도착해 근처에서 점심 먹고 줄 섰다”면서 “어제 페이스북이랑 밴드에 마스크 판매 정보를 올려 주변과 공유했다. 4,000명이면 허탕 치지 않고 충분히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씨는 “우체국에 갔었는데 팔지를 않더라. 약국도 드물게 파는 것 같기는 한데 확률이 낮아 이곳으로 왔다”며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백씨 외에도 적잖은 시민들이 정부의 마스크 수급에 불만을 드러냈다. 오전 9시 30분에 도착한 1등 대기자에게 기자 신분을 밝히고 말을 걸자 주변 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마스크 공급방식의 문제를 지적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묘안들을 제시했다. 주민센터를 통해 주거지 별로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아파트는 경비실에서 가가호호별로 판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걸려 서울역에 왔다는 60대 여성은 “5장 구해가 봐야 남편이랑 이틀 쓰지만 가격이 저렴해 점심도 거르고 서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코레일유통이 중소기업유통센터를 통해 마련해 개당 1,000원에 판매한 공적 마스크와 코레일유통 직원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1m 간격유지' 안내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 사진=범찬희 기자
코레일유통이 중소기업유통센터를 통해 마련해 개당 1,000원에 판매한 공적 마스크와 코레일유통 직원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1m 간격유지' 안내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 사진=범찬희 기자

◇ 코레일 통제 속 질서정연, 일부 혼선도

판매는 예정 시간 보다 30분 당겨졌다. 전날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자 코레일이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다. 개시와 함께 마스크가 순식간에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상당수 시민들이 5,000원짜리 지폐를 준비해와 계산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됐다. 계산대가 가까워져서는 번호표를 부여해 집계 상황을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 40분 만에 900명분이 팔렸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오전 7시부터 유통사업본부 직영사업처 등에서 15명이 파견 나와 시민들께 마스크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행사가 1시간을 넘기면서 혼선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행사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몰리면서 한정된 코레일 직원들이 통제에 애를 먹는 모습이 보였다. 질서유지선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끝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도대체 줄이 어떻게 된 거야”라는 볼멘소리도 심심찮게 들렸다. 또 ‘1m 간격유지’ 팻말은 그저 허수아비 노릇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새치기 등으로 얼굴을 붉히는 불미스런 일은 목격되지 않았다. 코레일 직원은 “어제 행사도 질서정연하게 마무리 됐고, 특별히 민원이 접수된 것도 없다”고 했다.

이날 코레일유통은 서울역 외에도 대전역과 광주역에서 각각 마스크 1만 5,000장과 1만장을 판매했다. 행사가 시작된 오후 1시 30분경 대전역 앞에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시민들이 줄지어 있다. / 코레일유통
이날 코레일유통은 서울역 외에도 대전역과 광주역에서 각각 마스크 1만 5,000장과 1만장을 판매했다. 행사가 시작된 오후 1시 30분경 대전역 앞에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시민들이 줄지어 있다. / 코레일유통

대체로 시민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기본 감염 예방 수칙인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하루 빨리 해결해 주길 원했다. 마스크 5장 확보에 기쁨의 미소를 짓는 한 시민의 얼굴에서 생존의 안도감이 느껴졌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행사장 인근의 J약국 약사는 “매일 마스크 100개가 들어오지만 30분 만에 다 팔려 나간다”며 “하루에도 셀 수 없는 분들이 마스크 재고를 묻는다. 판매하는 약국이나 구매하시는 분들이나 괴롭고 힘들기는 서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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