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민주당 텃밭, 초반 판세 ‘초박빙’… ‘정권 심판론 vs 야당 심판론’ 구도 형성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왼)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오)/뉴시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왼)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젊은 피’ 정치 신인의 지역구 수성이냐, 대선주자급 정치인의 승리냐.”

4·15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서울 광진을에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간의 한판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미래통합당은 지난달 13일 일찌감치 이 지역에서 뛰고 있던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공천을 확정했으며, 오 전 시장 대항마를 놓고 고민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9일 고 전 대변인을 전략공천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변인·부대변인을 지냈다. 고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 입성해 2년 7개월간 청와대 간판으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높였지만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정치 신인이다.

‘잠룡’으로 거론되는 오 전 시장은 16대 국회에서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을 입법한 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보수 진영에서 개혁적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에 당선됐으나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 사퇴한다는 약속에 따라 시장직을 중도 사퇴했다.

광진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고 전 대변인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이곳은 유권자의 약 30%가 진보 성향이 강한 호남 출신이고 20~40대의 젊은 유권자 비율도 높다. 지난 15대 총선부터 20대까지 단 한 번도 보수정당이 승리한 적이 없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선을 지냈으며, 추 장관이 낙선했던 17대 총선에서도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이 당선됐다.

◇ 고민정 46.1% vs 오세훈 42.0%

그러나 ‘고민정 대 오세훈’ 대결에서 ‘정권 심판론 vs 야당 심판론’으로 맞붙게 되면서 총선 결과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인 이번 총선이 기본적으로 ‘정권 중간 평가’ 성격으로 치러지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민심 이반 현상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추 장관에 대한 피로감이 민주당 후보에 대한 피로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오 전 시장이 1년 넘게 지역을 다져왔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반영돼서인지 ‘고민정 vs 오세훈’ 대결의 초반 판세는 ‘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가 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서울 광진구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39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1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2%포인트)에 따르면 고 전 대변인은 46.1%, 오 전 시장은 42.0%였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4.1%포인트로 오차범위 내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까지는 고 전 대변인의 지지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50대 이상은 오 전 시장 지지가 높았다.

40대에서는 고민정 55.9%, 오세훈 32.8%였고, 30대에서도 고민정 54.5%, 오세훈 39.5%로 집계됐다. 만 18~29세에서는 고민정 43.9%, 오세훈 36.3%였다.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오세훈 51.5%, 고민정 36.3%였고, 50대에서도 오세훈 48.7%, 고민정 43.9%로 집계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9일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광진을에 전략공천했다. /사진 고민정 전 대변인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9일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광진을에 전략공천했다. /사진 고민정 전 대변인 페이스북

◇ 고민정 “정정당당, 멋있는 승부 기대”

고민정 전 대변인은 오세훈 전 시장보다 뒤늦게 광진을에 투입되면서 ‘추격자’의 위치에서 뛰게 됐다.

고 전 대변인은 공천이 확정된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나 상대 후보는 정치적 경험도, 삶의 경험도 많으신 분이라 더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세상에 쉬운 싸움이 어디 있겠는가. 부딪혀 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정정당당하게 맞서 멋있는 승부를 가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 전 대변인 측은 후보의 강점으로 살아온 이력과 성실함‧추진력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서 ‘지역 맞춤형’ 해법을 구상 중이다. 

고민정 전 대변인 측은 3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소통하고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라며 “아나운서와 청와대 대변인을 성실하고 추진력 있게 해냈다. 지역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 지역 상황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서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강변역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강변역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오세훈 “정책 경쟁하자”

서울시장 중도 사퇴와 20대 총선 종로 낙선 이후 절치부심하던 오세훈 전 시장은 광진을 승리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오 전 시장은 통합당의 험지인 광진을에 1년 넘게 공을 들여왔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16년부터 5년 넘게 광진구에 거주하다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종로로 옮긴 후 지난해 다시 광진구로 주소지를 이전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고 전 대변인의 광진을 전략공천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여야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어떻게 광진을 더 발전시킬 것인지, 어떻게 국민이 바라는 정치로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 선의의, 그러나 치열한 마음가짐으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오랫동안 한몸이었던 이웃 성동의 인구는 최근 5년간 늘고 있으나 광진은 줄고 있고 상권 역시 마찬가지다”며 “이번 선거가 여야의 정책 경쟁을 통한 해법 모색의 장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 측은 정치 신인인 고 전 대변인과 대비되는 후보의 경험과 경륜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또 주변 지역보다 낙후돼 있는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개발 요구에 발맞춰 공약을 준비 중이다.

오세훈 전 시장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광진을은 호남 인구와 젊은 유권자 층이 많아 통합당에게는 험지 중 험지”라며 “재선 서울시장의 경험과 경륜을 가지고 지역을 제대로 발전시켜보겠다고 호소하는 것이 필승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진을은 주변 지역보다 뒤쳐져 있어 지역 개발에 대한 요구가 많다”며 “공약도 이 같은 지역의 바람을 반영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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