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내세워 강경 메시지… 대화 의지 역설적 표현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거닐고 있고 김여정 부부장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조선중앙TV-뉴시스
북한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3일 청와대를 겨냥해 강경한 기조의 대남메시지를 발표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거닐고 있고 김여정 부부장 등이 뒤를 따르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한동안 대남 메시지가 없던 북한이 한밤중에, 그것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서 대남 메시지를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2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이어 지난 3일 김 제1부부장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문을 발표하고 청와대의 강한 유감 표명과 중단 촉구에 대해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고 비난했다. 해당 담화의 주체인 김 제1부부장은 북한의 최고 권위인 ‘백두혈통’인데다, 담화가 오로지 대남 메시지인 점이 눈여겨볼 점이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일 담화를 통해 “불에 놀라면 부지깽이만 보아도 놀란다고 했다”며 “어제 진행된 인민군전선포병들의 화력전투훈련에 대한 남조선 청와대의 반응이 그렇다”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체 2발을 쏘아올린 지난 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원산 일대에서의 합동타격훈련으로 군사적 긴장을 초래한 북한의 행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담화문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청와대에 유감 표명을 강한 기조로 비난했다. 발사체 발사에 대해선 ‘자위적행동’이라고 반박했고, 한미 연합군사연습 취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취소한 것이지 자신들을 배려한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너희는 하면 안 된다는 논리에 귀착된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라고 강조했다. 3군 합동타격훈련을 비판한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 국무위원장의 혈육이자, 정치적 실세라고 할 수 있는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해 김 국무위원장의 ‘대남 특사’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한동안 남북관계가 순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의 정치적 실세가 직접 나서 강한 비난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남측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압박’ 기조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담화문에서 ‘청와대’를 비난했고,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 않은 점은 주목할 만한 점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동안 남측을 상대로는 아무런 메시지가 없던 북한이 ‘반응’을 보였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게다가 해당 담화문은 주민들이 접하는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노동당 기관지), 조선중앙방송(대내용 라디오), 전 주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 등에서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대내외 기관·언론사를 대상으로 한다. 이번 담화는 오로지 ‘대남용’ 이었다는 의미다. 

이같이 비난 담화가 내부에 소개되지 않은 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여러 차례 내각 외무성과 대남기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고위관계자 등 명의로 한국 정부에 대한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압박성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내부에 소개되는 횟수가 적었다.

이번 담화문이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은 점, 대외 선전용 매체에만 발표한 점 등을 고려한다면 북한이 향후 한반도 정세에 따라 대화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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