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미트라와 2018년 라이센스·공급 계약 체결… 국내 독점 판권 획득
알보젠도 미트라와 계약, 대만·홍콩 판권 획득… 에스텔, 머시론 대항마 되나

현대약품
현대약품이 사전피임약 시장에서 머시론의 독주를 막기 위해 벨기에 제약사가 새롭게 개발한 피임약에 대해 국내 독점 판매 라이센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약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현대약품이 여성 중심의 의약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피임약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피임약을 자체 개발하면서도 해외 제약사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현대약품은 지난 2018년 9월 벨기에 제약사와 사전 피임약 에스텔(Estelle)의 라이센스 및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해당 피임약은 벨기에에서 출산과 피임, 폐경 등 여성 건강분야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생명공학 기업인 미트라(Mithra)사의 제품으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로써 미트라의 새로운 피임약 에스텔을 국내에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허가를 아직 남겨 놓고 있어 다소 시간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약품 측은 식약처 허가 등을 거쳐 정식으로 국내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시기는 대략적으로 2023∼2024년 정도로 내다봤다. 미트라 피임약 에스텔의 국내 판권은 현대약품이 독점했다. 계약 기간이나 임상3상의 세부 내용에 대해선 미트라사와 비밀유지 계약으로 인해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트라
벨기에 리에주에 위치한 미트라 공장. /미트라

미트라사의 자료에 따르면 에스텔 제품의 유럽 임상3상은 18∼35세 사이의 임상시험 대상 환자 1,350명을 포함해 18∼50세 사이 임상시험 환자를 총 3,725명 모집해 진행됐다. 이 연구에서는 피임 효능과 월경 주기 제어, 15mg 에스테트롤(Estetrol·E4) 및 3mg 드로스피레논(Drospirenone·DRSP)의 조합에 대한 일반적인 안전성 및 내약성을 평가했다.

연구는 유럽과 러시아 전역의 69개 센터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며,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12개월 동안 28일간 13주기로 연구에 참여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피임 적응증 임상3상을 진행했다.

에스텔의 임상3상은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으며, 미트라는 전 세계 다국적 제약사들과 라이센스 및 공급·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유럽, 러시아 및 기타 CIS 국가에서는 헝가리 다국적 제약사인 Gedeon Richter가 제품을 판매하며, 머시론 피임약으로 유명한 알보젠도 미트라와 계약을 체결해 홍콩 및 대만에서 독점 판권을 얻었다.

미트라사는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제13차 유럽 산부인과 학회(ESG)에서 에스텔 경구 피임약 임상3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고, 학회에 참여한 산부인과 전문의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영국 왕립 외과의 협회 회원인 캐나다 퀘벡의 여성건강클리닉 셀린 부 차드 박사는 “피임에 관한 많은 임상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나, E4·DRSP 조합은 독특하면서도 혁명적이다”며 “E4·DRSP를 조합한 에스텔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미국 판매는 호주 제약사 Mayne Pharma가 20년 독점 공급 및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따라 2021년 상반기에 상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FDA 승인이 이뤄진다면 국내 승인에도 속도가 붙어 판매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텔이 국내 판매 허가를 받으면 현대약품은 피임약 부문의 포트폴리오가 총 5가지로 늘어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현대약품의 피임약은 사전피임약 2종(라니아정·보니타정)과 사후피임약 2종(엘라원·노레보원)이 있다.

현대약품의 사후피임약 2종은 지난 2018년 기준 시장점유율이 약 76%(엘라원 41%·노레보원 3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사전피임약 시장에서는 머시론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다. 에스텔의 출시가 피임약 1위인 머시론의 독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의사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경구 사전피임약 시장은 약 441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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