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진 대구시장, 문 대통령,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진 대구시장, 문 대통령,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요구한 데 대해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과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점적으로 확산된 지역이다.

권 시장은 전날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경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로 활용이 가능한 공공연수원과 대기업 연수원 등을 확보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3,000실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긴급명령권은 헌법 제76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통상적인 입법절차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할 때에 한해 대통령이 발동하는 법률의 효력을 가진 예외적인 긴급입법조치를 말한다. 

제76조 1항은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이라고도 하며 “대통령이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 ·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 다음 제76조 2항에서는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권 시장이 문 대통령에게 긴급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3,000병상을 구해달라고 말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는 서울청사에선 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대구에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권 시장, 세종청사에 있는 각 부처 장관, 그리고 15개 시·도지사를 영상으로 연결하는 ‘4원 중계’ 형태로 진행됐다.

위의 예시처럼 긴급명령권은 ‘교전상태’, 즉 준전시 또는 전시 상황에서 발동된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는 긴급명령권 발동 요건에 포함돼 있지 않다. 강 대변인은 “지금은 교전상태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고, 국회도 열려있다. 긴급명령권은 지금 발동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닌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권 시장은 법적 검토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리적 관점에서 긴급명령권이 통용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권 시장은 대통령을 향해 긴급명령권 발동을 요청한 셈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권 시장이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시장과 같은 당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을 만나 “대통령은 현 상황을 준전시상태로 규정하고, 경증환자 집중 관리가 가능한 병리시설 확보와 의료인력과 장비의 집중 투입을 위해 헌법과 감염병 관리법상 긴급명령권을 즉각 발동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권 시장에 대한 ‘지원사격’을 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황 대표가 이 같은 요구를 하던 시각 권 시장은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에게 긴급명령권 발동 요청을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에 한편에서는 법률가 출신인 황 대표가 법리적 검토도 없이 이같은 지원사격을 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권 시장 뿐 아니라 황 대표마저도 긴급명령권 시행에 대한 법리적 검토 없이 요구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만일 알면서 무리하게 요청한 것이라면 코로나19 사태를 정쟁 도구로 삼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긴급명령권 발동 요건이 아님에도 요청한 후 대통령이 거절하는 모습을 보이면 정부·여당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3일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권 시장의 요청은 병실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구시도 함께 생활치료센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 공무원연수원은 국가시설이다. 해당 발언은 ‘중앙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지자체에서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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