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옥중서신을 통해 “기존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4·15 총선을 40일 남긴 시점에서 친박·태극기 세력의 구심점인 박 전 대통령이 편지 한 통을 여의도에 수놓자 정치권은 각기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박 전 대통령 서신을 대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서신을 통해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지만 보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어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서신을 ‘정치적 선동’이라고 혹평한 반면, 미래통합당은 ‘애국심이 느껴진다’며 다소 온건하게 반응했다. 친박 정당은 반색을 표했다.

제윤경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미래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 정당이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며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아 총선지침을 내리고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들은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정당의 날선 비판도 쏟아졌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미래통합당이 탄핵 이전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했고, 김정현 민생당 대변인은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공작성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은 원론적 반응을 내놨다. 총선을 앞두고 가까스로 중도·보수 통합을 이뤄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서신이 보수결집이 아닌 보수분열의 씨앗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섞인 판단으로 보인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 나라, 이 국민을 지켜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의 가슴을 깊이 울린다”며 “옥중에서 오랜 고초에 시달리면서도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서신”이라고 평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의로운 결정을 해줬다”며 “야당이 힘을 합치고 뭉쳐야만 이 거대한 자유민주주의 위협세력이 맞서 나갈 수 있다는 애국적 말씀을 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친박 정당인 자유공화당은 즉각 움직임에 나섰다. ‘거대야당(미래통합당)을 중심 대통합’을 주문한 박 전 대통령의 서신 내용을 거론하며 미래통합당에 통합의 구체적 방안을 요구했다.

김문수·조원진 공동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미래통합당 등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제 미래통합당은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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