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들은 환경부 지침에 따라 일회용 비닐, 플라스틱 감소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그린피스의 평가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5곳 중 4곳이 'F'등급을 받으며 좀 더 노력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기준으로 연간 658톤 분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상암구장 약 857개에 해당하는 부피다. 

이 같이 불필요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환경부는 지난해 8월 전국 주요 대형마트들과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전국대형마트의 비닐봉투사용이 중단됐고 올해 1월부터는 소비자들이 빈 박스와 테이프로 물건을 포장하던 자율 포장대도 사라졌다. 

그러나 국내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감소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 국내 대형마트, 플라스틱 감축 위한 시스템 마련 필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4일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대형마트들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노력을 평가했다. 

평가 대상은 지난 2018년 환경부와 ‘1회용 비닐쇼핑백·과대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맺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메가마트 등 국내 5대 대형마트다. 평가는 A부터 F까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평가항목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매장 내 활동 △PB 상품 제조 과정의 감축 노력 및 협력사와의 협업 △소비자 참여 및 사내 감축 활동 등이다.

그린피스가 평가한 국내 대형마트 5곳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노력 점수. 이마트를 제외한 대형마트 4곳이 F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린피스

조사 결과 국내 5대 대형마트 중 이마트를 제외한 4개 업체 모두 ‘F’점수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이마트도 C등급 점수를 받는데 그쳤다.

그린피스 측에 따르면 이마트의 경우 제조사와 협력해 우유 2팩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했던 비닐 봉투를 얇은 띠로 변경하고 전통시장에 다회용 장바구니를 무상 제공하는 등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 감소를 위한 노력에 힘쓴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매장과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집계·관리하고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 부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은 다회용 장바구니 보급, 플라스틱 회수함 설치 등 기존 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최종적으로 C등급을 부여했다.

반면 이마트에 이어 시장점유율 2,3위를 차지하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F등급을 받으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사내에서 텀블러 사용을 독려하는 캠페인 외에는 플라스틱 감소를 위한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역시 마트 내 빈 병 수거함 비치 및 녹색소비자연대와 일회용품 줄이기 업무협약 외 특별한 방안은 도입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농협 하나로마트 역시 종합점수 ‘F’를 받았다. 하나로마트는 그린피스의 설문에 정부의 일회용 비닐봉투 규제 이후 생분해 비닐 및 종이 봉투를 제작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린피스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분해되기 위해 필수조건인 매립의 비율이 국내는 4.6%에 불과한다”며 “대부분 소각되는 점에서 하나로마트의 조치는 유효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매립된다 해도 생분해 플라스틱이 분해되기 위해선 60도의 고온에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는 실제 자연환경과 거리가 멀어 F등급을 매겼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F등급을 받은 메가마트는 정부의 합성수지 연차별 줄이기 제도에 참여하여 플라스틱 합성수지 사용량을 매년 25%씩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목표대비 실제로 얼마나 감축했는가에 대한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메가마트가 협력사와의 협업, 소비자 참여 유도 측면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어떤 사례도 제시하지 않아 F등급을 매겼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050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지금의 4배로 폭증해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형마트들은 명확한 변화 의지를 담은 감축 목표를 선언하고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형마트 측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 및 유통량 파악, 자사 및 공급업체의 플라스틱 사용에 관한 책임의식 강화, 플라스틱 단계별 감축 목표 등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는 2050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지금의 4배로 폭증해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에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shtterstock

◇ 해외 이케아, 테스코 등 플라스틱 감축 노력… 그린피스 “국내마트도 변화할 때”

국내 대형마트들의 저조한 성적에 비해 해외 대형마트들은 적극적인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스웨덴의 가구제조 및 유통사 이케아는 일찌감치 ‘플라스틱 프리(Free)’ 운동을 시작한 기업이다. 이케아는 지난 2006년부터 영국에서 비닐봉지 하나당 5펜스의 비용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케아 매장 내 배치된 재사용 가방 사용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 제도는 이후 2007년 미국에서도 시행됐으며 2008년에는 이케아를 이용하는 미국고객의 92%가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재사용 가방을 사용하고 있다. 이후 이케아는 다른 나라에서도 일회용 종이가방과 비닐봉지 퇴출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59센트에 재사용 가방을 구매하거나 개인 장바구니 이용해야 한다.

해외 대형마트들은 국내와 비교해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영국 시장점유율 1위 테스코는 과대 묶음 포장된 참치캔, 스프 등의 제품을 더이상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또한 영국 내 마트들도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대형마트 모리슨, 테스코, 웨이트로즈, 세인즈버리 등 4곳은 소비자가 다회용 용기를 가져오면 제품을 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대형마트 테스코는 지난 1월, 과대 묶음 포장된 참치캔, 스프 등의 제품을 더이상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하인즈, 그린자이언트 , 존웨스트 등 식품 제조사들은 테스코에 납품하는 제품의 묶음 포장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영국 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인즈버리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또 다른 대형마트 아이슬란드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자체브랜드의 플라스틱 포장을 20%씩 줄이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23년까지 완전히 플라스틱을 제품에서 제거한다는 목표다.

김이서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그동안 대형마트는 판매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의 처리와 그에 따른 비용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해왔다”며 “주요 유통 3사로 불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국내 유통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플라스틱 줄이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감축 목표를 제시한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마트들도 해외 마트처럼 소비자에게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장보기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시할 때”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