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세력 대 국정농단 세력’ 대결 구도로 대응, ‘비례 연합정당’ 결단 속도낼 듯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의원들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의원들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우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 서신’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거듭된 악재로 수세에 몰린 더불어민주당도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으로 인한 총선 충격파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옥중 서신을 내놓으면서 이번 총선 구도는 ‘정권심판론 대 야당심판론’에서 ‘문재인 대 박근혜’ 대결로 흐르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으로 보수진영이 총결집할 것으로 보고 강한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민주당은 5일 박 전 대통령이 옥중 정치로 총선에 개입하려 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진보 결집과 중도 세력 흡수를 위해 박 전 대통령과 미래통합당을 ‘국정농단·탄핵세력’으로 규정하며 ‘촛불세력 대 국정농단 세력’ 대결 구도를 부각시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을 반성하기는커녕 다시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 선동에 전직 대통령이 나선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국민에게 탄핵당한 대통령이 옥중 정치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행태도 묵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에 대해 ‘총선 승리를 향해 매진해 오늘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지적하며 “통합당이 명실상부 도로 새누리당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정치 선언으로 규정한다”며 “우리 국민 가운데 다시 박근혜 정권 시절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동의할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국정농단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국민에 대한 사죄와 반성, 참회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국가의 명운이 걸린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정농단 세력을 재규합하려는 정치적 선동을 하고 나섰다”며 “이것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촛불혁명과 탄핵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통합당이 친박당, 도로박근혜당으로 퇴행했음이 명백하게 확인된 것”이라며 “국민께서 대한민국을 과거로 퇴행시키는 세력을 엄중히 심판해주시고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할 민주당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 ‘진보 결집·중도층 공략’에 사활

민주당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에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그로 인해 ‘탄핵’과 ‘국정농단’ 사건이 부각되고 통합당에 ‘도로새누리당’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중도층이 통합당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향후 진보 진영 결집과 중도층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기자와 만나 “중도층이 코로나19 대응 관련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 여당에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편지가 중도층에게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 ‘옥중 서신’이 보수 총결집에 따른 위기 의식을 높이면서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 문제에 대한 결단을 독촉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갈팡질팡 행보를 보여온 민주당은 역풍을 우려해 자체 비례정당 창당보다는 진보·개혁진영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창당에 참여하는 쪽으로 기운 상태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 진영 지도부가 당내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이번 주에 결론을 낼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시민단체가 비례연합정당을 제시한 데 대해 개별적으로 동조하는 의원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에 대해 민주당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갈지는 논의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결론은 곧 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외곽에서 비례연합정당 논의를 이끌고 있는 ‘정치개혁연합’(가칭), 플랫폼 정당 ‘시민을 위하여’(가칭) 등은 각 정당들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창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상황이라면 (총선 하루 뒤인) 4월 16일 아침이 두렵다.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외면해놓고 과연 그 아침을 책임질 수 있을까”라며 “민주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의당은 연합정당 참여 결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을 위하여’ 창당준비위원회 최배근·우희종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진보 개혁 정당에게 묻는다. 언제까지 대안도 없이 버티기만 할 것인가. 적폐세력에게 원내1당과 과반을 헌납하라는 것은 역사적 죄악 아닌가”라며 “민주당, 정의당 양당 지도부는 이번 주말까지 반드시 응답하라”고 압박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