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여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신천지예수교(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 여론이 형성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신천지 압수수색’ 지침이 계속되고, 신천지피해자연대의 추가 고발 계획도 더해졌다. 거기다 코로나19를 다루는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마저도 강제수사 필요성에 손을 들어주면서 신중론을 주장하던 검찰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전날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재신청한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차 반려하고 보완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은 같은 사안에 대해 2일에도 경찰의 압수수색 영창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지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도 신천지의 협조에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보건복지부에서도 법무부에 신천지에 대한 강제 조치를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신천지피해자연대는 5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총회장의 수술비 횡령, 비자금 조성 등 6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강제수사를 촉구했다. 연대 측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망설인다면 정치적으로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신천지 압수수색을 신중하게 대응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검찰총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신천지가 신도 명단 일부를 고의로 누락하는 등 허위자료 제출로 방역 작업을 방해하고 확산을 조장한 정황이 뚜렷하다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국민여론이 형성되자 법무부는 검찰에 “적극적인 강제수사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 86% 이상이 압수수색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을 향한 압박인 셈이다.

특히 신천지 강제수사에 회의적이었던 방역본부마저도 현재는 입장을 달리했다. 중대본은 5일 오전 11시 경기 과천시의 신천지교회 본부에 대한 행정조사를 벌였다. 중대본은 신천지 신도·교육생 명단을 확보해 기존에 제출된 명단의 신뢰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정부는 예배 별 출석 기록, 신천지 시설 전체 주소 정보 등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이 5일 경기 과천시 신천지 교회 본부에서 신도, 교육생 인적사항 등 행정 조사를 실시한 뒤 교회를 나오고 있다. /뉴시스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이 5일 경기 과천시 신천지 교회 본부에서 신도, 교육생 인적사항 등 행정 조사를 실시한 뒤 교회를 나오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자 정부가 사법적 절차가 아닌 행정조사 방식으로 신천지로부터 신도 명단과 예배 출석 기록 등을 확보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검찰을 향한 강제수사 요구는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같은 압박에도 아랑곳않는 모양새다. 대검은 이날 과천에서 실시된 행정조사에도 포렌식 요원 등 최소한의 인력만 보내 지원했다. 대검은 “현 단계에서 가장 실효적인 자료 확보 방안인 중대본의 행정조사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연말·연초에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이번 신천지 수사로 다시 비화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데 대해 강제수사를 할 경우 신도들이 숨는 등 비협조적으로 변하면 방역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방역의 컨트롤타워인 중대본마저 입장을 선회한 이 상황에서, 검찰은 여전히 ‘방역지원’만 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총선 직전에 추 장관과 정부·여당에 유리한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와 수원지검 형사6부에 각각 배당된 신천지 관련 사건을 하나로 병합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신천지를 수사하면 검찰에 대한 여론도 호의적으로 변할 수 있는데, 아마도 (강제수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검찰은 야당에 배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천지와 야당 측의 연결고리를 의심하는 의혹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수사할 경우 총선 국면에서 야당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아마 검찰은 총선까지 수사를 미룰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신천지 수사에 대해 정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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