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16일 보도했다. 뒤쪽으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16일 보도했다. 뒤쪽으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조선중앙TV 캡쳐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 극복 응원’ 친서를 보낸 사실이 지난 5일 발표됐다. 그런데 김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시점이 주목된다. 친서를 보내기 전날인 3일, 김 국무위원장의 동생이자 북한 정권의 실세로 꼽히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5일 오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어제 친서를 보냈다”면서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며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길 빌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깝다는 심정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며 “문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오늘(5일)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고 했다.

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주목을 받은 것은 하루 먼저 발표된 김 제1부부장의 ‘대남 담화’ 때문이었다. 지난 3일 늦은 밤 김 제1부부장은 ‘저능한 사고’, ‘주제넘는 실없는 처사’, ‘적반하장의 극치’, ‘완벽하게 바보스러울 수가’, ‘겁먹은 개’ 등 청와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김 제1부부장 명의로 발표된 첫 대남 담화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해 김 국무위원장의 ‘대남 특사’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면담한 인사다. 또한 김 국무위원장의 동생이며 북한 내에서 실세로 거론되는 김 제1부부장의 명의인만큼, 담화에 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향후 남북관계가 더 경색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내지 않았다. ‘노코멘트’도 일종의 메시지임을 감안한다면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다르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김 제1부부장 담화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는데, (청와대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서는 항상 전체적인 상황과 맥락 속에서 판단한다”면서 “그러니까 (일부) 언론에서 분석하는 것과 저희들이 분석하는 것은 분명히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저희는 북한과의 소통 채널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고, 유지되고 있는 소통 채널 속에서 어떤 발표문이나 상황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서로의 판단이 다를 수 있는데 언론에서 (담화문에 대해) 제기한 것과 동일하게 궤를 같이 해서 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실제) 돌아가는 상황은 그것과 다른 부분 있을 수도 있다”며 “저희들의 판단은 또 따로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청와대가 김 제1부부장의 담화문에 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담겨있다고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청와대는 북한 담화문 표현의 거친 부분만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발표 주체의 격이 올라갔고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은 자제한 점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통상적’ 담화문으로도 읽힐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 회담 이후로 오랜만에 친서를 보내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번 ‘담화발표-친서전달’이 남북협력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문 대통령이 2017년 평창올림픽에 북측을 초청하고, 이것이 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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