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월 15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14회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참석,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월 15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14회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참석,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된 홍준표 전 대표가 무소속 출마와 불출마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배제 결정에 따라 홍 전 대표는 출마를 준비 중이던 경남 양산을 또는 고향인 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 지역에 무소속 출마하거나 아예 불출마하는 선택지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는 ‘정치인 홍준표’의 마지막 정치적 결정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 홍 전 대표의 선택이 대구·경북 지역, 나아가 보수진영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통합당 공관위는 전날(5일) 경남 양산을 지역에 홍 전 대표를 컷오프하고 나동연 전 양산시장과 박인·이장권 전 경상남도의회 의원의 3자 경선을 결정했다.

홍 전 대표는 6일 새벽 페이스북에 “황교안 대표 측의 견제와 김형오 공관위원장 등의 사악한 속임수에 속아 낙천됐지만 무엇이 홍준표다운 행동인지 며칠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김 위원장과의 과거 악연을 거론하며, 자신에 대한 공관위의 컷오프가 ‘설계된 작업’ 같다는 취지의 글을 쓰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은 2008년 총선 이후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로 만나 김 의장이 야당을 의식해 국정운영에 미온적일 때 1년간 대립하며 거칠게 다툰 적이 있었다”며 “그때 사감(私憾)으로 나를 공천 배제하지 않을까 의구심에 사과까지 했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흔쾌히 받아줘 해소된 것으로 알았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그러나 나동연을 이용한 내 공천 배제 작업을 오랫동안 추진하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며 “나동연을 설득해 추가 공모에 응하게 되면 컷오프하지 않고 같이 경선을 시켜주겠다고 며칠 전 전화를 직접 했을 때 국회의장까지 지내고 팔순을 바라보는 사람이 사악한 거짓말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황 대표 측의 경쟁자 쳐내기와 김 위원장의 사감이 합작한 야비한 공천 배제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홍준표다운 행동인지 숙고하겠다”며 “숙고는 길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정치권은 홍 전 대표가 글에 거듭 적시한 ‘홍준표다움’에 대해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미 홍 전 대표는 앞서 공관위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 때문에 출마지를 고향인 밀양에서 양산을로 옮겼다. 그러나 당에서 퇴로를 또 차단한 만큼, ‘정면돌파’ 이미지가 강한 홍 전 대표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무소속 출마 시 홍 전 대표의 고향인 밀양으로의 선회보다 기존의 경남 양산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에는 이미 조해진 전 의원이 통합당 후보로 단수공천됐다. 민주당에서는 조성환 전 밀양경찰서장을 냈다. 통합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고 여당 상대도 거물급 인사가 아닌 만큼 험지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반면 경남 양산을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여권의 상징적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찌감치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는 김두관 카드를 냈다. 홍 전 대표와 빅매치가 예고된 지역이었다.

따라서 홍 전 대표가 탈당 후 고향 출마를 하면 통합당(조해진)과 싸우는 모습이 되고, 양산을에 출마하면 적어도 반문(反文)연대를 기반해 민주당(김두관)과 붙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다만 양산을에 출마한 홍 전 대표가 나 전 시장과 표를 나눠 민주당에 어부지리로 지역을 내줄 경우 거센 비판에 시달릴 부담도 있다. 홍 전 대표의 고심도 이같은 문제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홍 전 대표의 성정으로 보면 양산을에서 김두관 의원과 붙고 나 전 시장을 무시하는 전략이 홍준표스럽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고향 출마는 명분이 없어 적절하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물론 홍 전 대표가 패배했을 때 큰 정치적 부담이 있는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홍 전 대표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대표는 현 상황을 제로베이스에 놓고 고민하는 것 같다”며 “대표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 이기는 길로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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