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일본 입국제한 유독 강경? 일본이 불합리·과도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와 접견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취한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 강화 조치에 대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취한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 강화 조치에 대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한국과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서로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해 9일부터 양국 간 이동이 전면 통제된다. 한일 간 인적 교류 규모와 경제 관계를 고려하면 양국의 입국 통제로 인해 한일관계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조치에 맞대응한 것을 두고 ‘일본만 강경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9일 0시부터 한일 양국 간 사증(비자) 면제가 중단된다. 한일은 관광 목적 등 90일간 단기 체류의 경우 비자를 상호 면제하고 있었으나 일본이 지난 5일 이를 이달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에 발급한 비자 효력도 정지하기로 했다.

결국 비자를 발급받았던 사람도 일본에 들어가기 위해 비자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데, 일본이 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한 ‘신중한 심사’를 예고해 새로 발급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국을 하더라도 지정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는 사실상 격리조치를 당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이에 한국은 일본의 조치에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인의 무비자 방문을 중단하고 기존 비자 효력을 정지했다. 아울러 일본 내 모든 공관에 사증을 신청하는 외국인에게는 자필 건강상태확인서를 요구하기로 했다. 다만 일본이 시행한 ‘14일 대기’는 실시하지 않는다. 

대신 일본에서 입국하는 경우 전용 입국장에서 발열검사와 건강상태질문서 제출, 국내 연락처·주소 확인 등 특별입국절차를 거친다.

한일의 상호 입국 규제는 입국 금지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 오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로 골이 깊어진 양국 관계를 되돌리기 더 힘들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가 일본에 대해 유독 과잉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한국인을 대상으로 입국 규제를 실시하는 국가가 100여곳이 넘는 상황에서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맞대응을 한 모양새기 때문이다.

강민석 신임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춘추관에서 첫 브리핑을 열고 자신의 임명 배경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시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일본에만 강경 대응을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합리적 비판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하지만 청와대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일본의 조치가 과도하고 불합리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일본에만 강경 대응을 한다’, ‘중국은 감싸면서 일본만 비난한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합리적 비판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일본의 과도하고 불합리한 조치에 한국은 투명성·개방성·민주적 절차라는 코로나19 대응 3원칙에 따라 ‘절제된 방식’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일본에 맞대응한 것을 두고 “국민의 보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감염병 유입에 대한 철저한 통제에 주안점을 두고 내린 결정”이라고 못박았다.

강 대변인은 “한국에 입국 금지·제한·절차 강화 조치를 취하는 나라 중 상당수는 자체 방역 역량이 떨어지고, 이들 나라들과 나머지 대부분의 나라들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 일본과 같이 감염 위험이 높지 않다”면서 “따라서 그런 국가들에 대해선 일본과는 달리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취한 일본에 대한 조치는 일본의 소극적 방역에 따른 불투명한 상황, 지리적 인접성 및 인적 교류 규모, 일본 내 감염 확산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7일 기준으로 한국은 18만8,518명에 대한 진단검사를 마쳤지만 일본은 8,029명을 검사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또한 강 대변인은 일본의 5대 조치가 과잉이었다고 강변했다. 그는 “한국의 조치는 일본과는 다른 절제된 방식”이라며 “일본은 자체적 방역 실패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때문에 우리나라를 이용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는 것은 일본과는 다른 절제된 대응의 대표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특별입국절차를 택한 이유는 개방성과 투명성, 민주적 대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미 중국에 적용하고 있는 절차”라며 “일본과 중국에 똑같은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 왜 ‘중국은 감싸고 일본에만 강격대응’을 한 것이냐”고 꼬집어 말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의 조처는 일본의 조치 수준에 맞는 대응이었다는 것이 정부와 청와대의 입장이다. 또한 일본의 소극적 방역으로 인해 한국에 코로나19가 다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간 뒤, 양국은 악화된 한일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해법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촉발된 한일갈등은 지소미아 종료 유예 이후 잠잠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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