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으로 치료법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구충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뉴시스·구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치료법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구충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뉴시스·구글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 중 일부 블로그 및 커뮤니티 등에서 ‘구충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충제의 때 아닌 품귀현상도 일고 있는 모양새다. 

구충제는 통상 체내의 회충 등 기생충을 박멸하는 효과를 지닌 의약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연 구충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을까.

◇ 구충제는 구충제… “용도 외 사용 위험”

코로나19가 확산되자 확인되지 않은 온갖 소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을 마시면 코로나19가 낫는다’ ‘헤어드라이기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다’ 등이 그 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입증되지 않은 사실이 퍼진 것이다. 구충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구충제는 체내 회충 등 기생충을 박멸시키는 의약품이다. 기생충은 숙주에 침투해 이득을 취하는 ‘생물체’로, 숙주에 영양분을 빼앗아 가지만 숙주와의 공존을 목표로 한다. 생물학적으로 기생충 등 생물체로 분류되기 위해선 ‘핵막’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의학계 설명이다.

바이러스 또한 숙주에 침투해 감염 등을 일으켜 숙주에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은 기생충과 같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숙주와의 공존이 아닌 질병을 일으키며 체내에서 증식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핵막’을 지니고 있지 않은 점도 기생충과 다른 점이다.

즉, 기생충과 바이러스의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약의 작용 기준도 다르다는 설명이다.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기생충은 핵막을 가지고 있고, 바이러스는 핵막이 없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며 “기생충과 바이러스의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약의 작용 기준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 약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생충과 같은 개념의 바이러스라면 구충제가 효과가 있겠지만, 바이러스와 구충제는 엄연히 다르다”며 “쉽게 말해 결국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치료제를 써야 하고, 기생충은 기생충 치료제를 써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대한약사회 등 관련 기관들도 구충제를 기생충 감염 외에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식약처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월 보도자료를 통해 “구충제인 ‘알벤다졸’을 기생충 감염 치료 외에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도 구충제의 오·남용을 경계하는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SNS 등을 통해 구충제가 암이나 비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로나19의 백신이 없는 현재, 구충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실험 등 결과가 없어 현재는 알 수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의약품은 당국의 권고사항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또한 구충제가 구충 이외의 목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회원 약국들에 당부하는 한편, 확인되지 않는 효과를 기대하고 구충제를 사용하는 것이 의심되는 경우 다량판매 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 블로그 등 SNS를 통해 구충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 커뮤니티 갈무리
최근 블로그 등 SNS를 통해 구충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 커뮤니티 갈무리

◇ 임상실험 거치지 않아… “장담 못한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통상 구충제로 쓰이는 알벤다졸은 회충·요충·십이지장충·편충·아메리카구충·분선충의 감염 및 이들 혼합 감염의 치료 등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또 다른 구충제인 플루벤다졸 또한 회충·요충·편충·십이지장충의 감염 및 이들 혼합감염의 치료 등에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구충제의 성분에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을까. 현재 국내 제약사들이 유통 중인 구충제에는 타르색소와 동물유래성분 등 기본 첨가물 외에 △옥수수 전분 △D-만니톨 △아스파탐 △라우릴황산나트륨 △콜로이드성이산화규소 △스테아르산마그네슘 △전분글리콜산나트륨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칼륨 △오렌지미크론 △히드록시프로필셀룰로오스 △폴리소르베이트80 △히프로에로오스 △폴리에틸렌글리콜6000 △탤크 등의 성분이 첨가돼 있다.

다수 제약회사 역시 구충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구충제의 첨가제들은 회충과 유충 등 기생충을 박멸하는 임상실험을 마쳐 구충제에 첨부됐지만,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그 효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구충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소문에 불과하다”며 “해당 첨가제들은 회충·유충을 잡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지 임상실험 등을 거치지 않은 현재,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여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임상실험이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관련 임상에 돌입하는 단계”라며 “아직까지 국내 제약업체의 코로나19 관련 임상실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에서 구충제로 쓰이는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성질을 지닌 ‘메르스 바이러스’의 자가포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식약처 취재 결과, 현재까지 국내에서 니클로사마이드와 관련된 임상실험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국내 제약·바이오업체와 연구기관 등은 코로나19 예방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독감백신 등에 있어 개발 역량을 지닌 국내 업체와 국립보건연구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연구기관 등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발굴하거나, 기존 출시된 의약품에서의 효능을 검증하는 방식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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