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8 사태 속에서 인천공항 임대료 지원 대상을 중소 업체로 한정하면서 중견 업체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한국인 출입 금지가 이뤄진 9일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 뉴시스
정부가 코로나18 사태 속에서 인천공항 임대료 지원 대상을 중소 업체로 한정하면서 중견 업체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한국인 출입 금지가 이뤄진 9일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지난해 입국장 면세점 자격을 얻으며 성장 동력을 마련한 것으로 기대를 모은 중견 면세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인천공항 임대료 지원 대상에서 중견 면세업체를 제외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중견 면세업체 살리기에 나섰던 정부가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SM, T1 출국장 포기… 독 된 ‘중견’ 타이틀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중견 면세업체가 입찰을 포기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최근 SM면세점은 코로나19 지원 배제와 경영악화에 따른 후유증이 커질 것으로 판단해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달 진행된 제4기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중소‧중견 사업장 입찰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임대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자 끝내 백기를 들게 됐다.

지난달 27일 정부는 인천공항을 포함해 공공기관 내 입점 업체 임대료를 6개월 간 25~30% 인하하는 방안(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중견기업으로 분류된 SM면세점 등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 5곳은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만 지원 혜택에 돌아간다. 신종인플루엔자와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에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임대료를 고르게 ‘깎아줬던’ 정부가 대상자를 좁힌 것이다.

중소 규모와 한 울타리에 놓여 있던 중견 면세점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면세 업계는 대기업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할 만큼 양극화가 심한 업종이다. 이에 정부는 상대적으로 열세한 기업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차원에서 터미널 일부 구간을 중견·중소업체 몫으로 배정해 오고 있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제 1·2여객터미널 입국장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 혁신 지시에 따라 중소·중견업체에만 입찰 자격이 한정된 입국장 면세점이 지난해 5월 들어섰다.

◇ 대기업과 묶어 임대료 지원 배제… “업종 특성 이해 못해”

SM면세점 관계자는 “임대료 지원만 받으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업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2월 기준으로 임대료가 전체 매출의 56%를 차지했고, 상품 매입에만 50%가 쓰였다. 여기에 인건비와 부대시설 비용을 더하면 기본 15%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중견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이 오히려 악재가 돼 돌아온 셈이다.

이번 4기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은 ‘5+5’ 조건으로 이뤄져 최대 10년간 진입이 힘들다. SM면세점은 최대 수익 창구였던 DF8 구역을 잃게 되는 것이다. 엔타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남긴 엔타스 면세점도 임대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일단 입찰에 참여한 엔타스 측은 “입찰은 중소와 중견을 같이 묶어 놓고, 임대료 지원 혜택은 중견을 대기업과 함께 분류해 제외한 건 업종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갈수록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SM면세점과 엔타스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0%가 줄었다. 9일부터 일본이 사실상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해 출국자가 급감한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중견 면세점 관계자는 “현금 등 재정적 여유가 충분한 대기업과 정부 보살핌을 받는 중소기업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껴있어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의 영향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매우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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