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청와대·합참 유감발표에 북한 다시 반발할 것”

대북특사로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뉴시스
청와대는 9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사진 왼쪽)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오른쪽)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로 인한 긴급관계장관 화상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9일 북한이 일주일 만에 또다시 단거리 발사체를 쐈지만, 청와대는 지난번 발사 때보다 수위를 낮춘 반응을 내놓았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8시 15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긴급관계장관 화상회의를 열고 북측이 발사체를 쏜 의도를 분석하며 안보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관계장관들은 북한이 2월 28일과 3월 2일에 이어 대규모 합동타격훈련을 계속하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지적했다”고 했다. 군 당국도 북한의 이날 발사를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 실시한 합동타격훈련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반응은 지난 2일 북측이 강원도 원산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이후 “계속하여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취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순화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청와대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청와대의 강한 메시지에 김여정 제1부부장은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대남담화를 통해 청와대 인사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반면 일주일 후인 이날 관계장관회의 결과 발표에서는 ‘중단 촉구’ 언급이 빠졌고, ‘한반도 군사 긴장 완화’는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또한 통상적으로 언급되던 ‘한미 정보당국의 긴밀한 공조’ 등의 문구도 빠졌다.

청와대에서 이같이 ‘순한 맛’ 입장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문제 삼은 ‘강한 우려’, ‘군사적 긴장’, ‘중단 촉구’ 등이 빠졌다면서, 북측의 반발을 신경쓰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으로, ‘백두혈통’으로서 정치적 실세로 꼽히는 인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리고 지난 4일 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극복 응원’ 친서를 먼저 보냈고, 뒤이어 5일 문 대통령이 감사의 내용이 담긴 답신을 보낸 것도 이같은 표현 수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11월 말 시험발사했다고 밝힌 초대형 방사포. /조선중앙TV 캡쳐
북한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방사포. /조선중앙TV 캡쳐

하지만 일각에서는 합동참모본부의 ‘강한 유감’ 표명에 이어 청와대에서 비슷한 입장을 반복했기 때문에 북한의 강렬한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언제까지 과민 반응할 것인가?’라는 자료를 통해 청와대의 입장 표명에 대해 “(이 때문에) 북한은 또 다시 김여정 제1부부장이나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또는 다른 고위 간부나 대남 기구 명의로 비난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정 소장은 “언제까지 북한이 제한된 자원을 총집중해 개발하고 있는 단거리 발사체의 발사에 대해 시시각각으로 실황 중계하듯이 보도하면서 ‘유감’을 표명하고,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청와대 명의로까지 발표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국정부가 진정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북한의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의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라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서는 실황 중계식 발표와 ‘유감’ 표명을 중단하고 오히려 무시하는 것이 한반도 정세 관리와 향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현명한 접근”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 한국정부가 정말 우려해야 할 것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성능 향상이 아니라 계속 늘어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이라며 “한국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막고 북한이 협상과 평화공존의 ‘새로운 길’로 나오게 하기 위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모두 수용 가능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일상적’ 군사훈련에 대해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북한의 핵무기,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이유로 청와대의 표현 수위도 지난번에 비해 낮아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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