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 2일차인 10일, 사람들이 서울 방배동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마스크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지난 9일부터 ‘마스크 구매 5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스크를 구매하고자 하는 국민은 출생연도 끝자리 기준으로 지정된 요일에만 1인당 주 2매씩만 구매할 수 있다. 요일별 출생년도 끝자리는 월요일은 1·6년, 화요일 2·7년, 수요일 3·8년, 목요일 4·9년, 금요일 5·0년 순이다. 이 때문에 약국과 마스크 구매 고객 모두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 공적마스크 판매 2일차, 여전히 ‘북적북적’

공적 마스크 판매 이틀째인 오늘(10일)도 약국 앞은 북적였다. 이날 오전 9시경 방문한 서울 방배동 근처의 한 약국에서는 공적 마스크 판매를 위한 대기표를 기록하고 있었다. 약사는 줄을 선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기록해 번호표를 나눠주었다. 약국이 문을 연지 고작 30분도 안되는 시간에 대기번호는 80명을 육박한 상태였다. 

이날 약국에 긴 줄을 섰던 한 대기자인 A씨는 “아침 8시 반에 나와서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번호표를 받았으나 70번대 번호를 받았다”며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으나 그보다 먼저 나온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고 말했다.

마스크가 아침부터 동이 나 버리자 직장인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른 아침 출근을 해야하는데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선 아침부터 줄을 서야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기자 B씨는 “다행히 오늘 10시 출근이라 미리 대기표를 뽑기 위해 약국을 방문했다”며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마스크 구매가 너무 어려울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찌감치 공적마스크 판매가 완료된 약국의 모습. 오전에 판매를 시작하면 보통 1시간 내로 매진이 된다고 한다./ 박설민 기자 

◇ 번호표 “주거나 안주거나”… 마스크 배송시간도 ‘제각각’

이번 마스크 5부제로 약사들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른바 마스크 ‘꼼수’를 부리려는 고객들 때문이다. 아직 마스크 구매 날짜가 아닌데 약국을 방문해 내일 번호표를 미리 끊어달라는 고객부터 마스크를 구매한 뒤 근처 약국에 가서 마스크를 또 구매하려는 고객까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마스크를 구매할 경우 전산 입력처리 되기 때문에 재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체 번호표를 배부하는 약국과 그렇지 않은 약국이 있는 것도 혼선을 빚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마스크 구매 5부제’가 실시된 후 기자가 서울 방배동의 두 약국과 수원 망포의 약국 1곳을 방문한 결과 서울 방배동의 한 약국에서는 번호표를 미리 적어줬으나 다른 두 약국에서는 번호표를 주지 않았다. 

번호표를 배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약사는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고객이 나중에 번호표를 들고 오는 분에게 마스크를 주자 왜 저 사람은 마스크를 주냐고 항의했다”며 “이 때문에 싸움이 나거나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시간을 미리 문 앞에 공지해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약사들은 각 약국에 배송되는 마스크 배송시간이 다른 것도 혼란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꼬집는다. 약국마다 문을 여는 시간도 다르고 마스크 입고 시간이 모두 달라 기다리는 손님도, 판매하는 약국도 판매 시간을 제대로 예상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수원시 약국의 한 약사는 “근처 다른 약국은 9시에 배송이 되고 우리 약국은 1시 반 쯤 배송이 되고 있다”며 “아침부터 마스크를 달라고 하는 고객분들게 아직 배송 전이라 판매가 안된다고 말하면 화를 내시는 분들도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일반적인 약품 판매나 약 제조 등의 업무는 하기 힘들 지경”이라며 “최소한 정부에서 마스크 배송 시간이나 번호표 배부 등에 대한 확실한 정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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