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뉴시스
에티오피아항공의 보잉 737MAX 8 기재가 지난해 3월 10일(현지시각) 이륙 6분만에 추락해 탑승자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하루가 지난 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남동쪽 60km가량 떨어진 비쇼프투 마을 항공기 추락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사고기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 AP,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에티오피아항공의 보잉 737MAX8의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1년이 흘렀다. 이로 인해 국내외 항공업계는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었고, 국내 항공업계는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 737MAX8 도입 이스타항공, 수익성 악화로 매각까지

국내에서 보잉 737MAX8 기재를 최초로 도입해 항로를 넓힐 계획을 세웠던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큰 변화가 일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8년 12월 737MAX8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어 지난해 1월 9일 737MAX8 2호기를 추가로 도입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 이유는 737MAX8의 최대 항속거리가 3,550해리(6,570km)로 국내 다수 LCC가 운용 중인 737-800(737NG) 항속거리 3,000해리(5,500km) 대비 약 1,000km 더 멀리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737MAX8을 활용할 시 중거리 노선 취항이 가능하다.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8년 12월 26일 보잉 737MAX8 기재를 국내 항공사 중 최초로 도입했다. 이날 오전 김포국제공항에서 신 기종 도입식을 진행하고 이스타항공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737MAX8 1호기(HL8340)는 2019년 1월 1일 김포∼제주 노선에 첫 투입된 후 같은달 16일 부산∼싱가포르 부정기 노선에 투입됐다. 부산∼싱가포르 부정기편 운항은 1월 16일∼2월 7일 기간 동안 하루 1편, 주 4회(수·목·토·일) 운항했다.

가장 먼저 두 대의 737MAX8 기재를 확보한 이스타항공은 해당 기재를 베트남 푸꾸옥과 태국 방콕, 일본 삿포로 등 노선에 적극 활용했다.

특히 푸꾸옥은 베트남 남서부에 위치한 섬으로 운항거리는 약 4,200km, 비행시간은 약 5~6시간 소요되는 휴양지다. 기존에는 외국항공사만 운항하던 노선이었으나, 이스타항공이 국적사 중 첫 번째로 정기편 운항을 시작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그러면서 2019년 내 737MAX8 기재 4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연내 737MAX8 기재를 6대까지 늘려 중거리 노선을 타 LCC보다 먼저 선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에티오피아항공 737MAX8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 737MAX8의 추락사고는 지난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에 이어 두 번째 발생해 많은 국민들이 해당 기재에 대해 안전성을 의심했다.

두 항공기의 추락으로 이스타항공도 지난해 3월 13일부터 737MAX8 기재의 운항을 자발적으로 잠정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는 737MAX8 추락사고와 관련해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이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추가적인 종합안전점검에 대한 협조를 위한 것이다.

당시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737MAX8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airworthy) 기종’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전 세계 수많은 국가의 항공사들과 정부는 이 항공기의 운항을 금지했다. 여론이 좋지 않자 미 FAA는 단 이틀 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미 FAA 조사 결과 737MAX 기재에 탑재된 수평 꼬리날개를 회전시켜 항공기 기수를 아래로 내려 실속(失速·stall) 현상을 방지·복구하는 시스템인 MCAS(Manuvering Featuress Augmentation System)의 결함이 발견됐다.

이에 전 세계 항공사는 해당 기재의 결함이 100% 해결되기 전까지 비행을 금지했다.

이러한 결과에 FAA 및 전 세계 항공사는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에 책임을 물었다. 보잉은 책임을 인정하면서 일부 항공사와 합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737MAX8 2대를 인천국제공항에 주기한 채 비행금지 조치 해제를 기다리던 이스타항공은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됐고, 결국 이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지분의 절반 이상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스타항공 매각에는 제주항공이 뛰어들어 최근 극적으로 인수협약을 맺었다.

보잉 737MAX 8이 두 차례 추락 사고로 인해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737MAX 기재 전체가 비행 금지 조치를 받았다. 사진은 보잉 737MAX 8. /보잉 홈페이지 갈무리
보잉 737MAX8이 두 차례 추락 사고로 인해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737MAX 기재 전체가 비행 금지 조치를 받았다. 사진은 보잉 737MAX8. /보잉 홈페이지 갈무리

◇ 대한항공·티웨이항공, 지난해 도입 예정 기재 전량 보류

737MAX 기재 비행 금지 조치는 해당 기재를 도입할 계획을 세웠던 항공사들에게까지 지장을 줬다.

해당 기재를 지난해 도입할 예정이었던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이다. 대한항공은 6대, 티웨이항공은 4대를 들여와 곧바로 운항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보잉 737MAX 기종의 잇단 추락사고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계획을 보류했다.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으나, 티웨이항공은 중거리 노선을 개척하기 위한 계획을 일부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계획한 중거리 노선을 보류하면서 737MAX8을 투입할 계획이었던 단거리 노선에는 기존 운용 기재인 737-800NG를 활용했다.

제주항공도 737MAX 기재를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그 시기가 2022년부터로 계획해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737MAX 결함으로 해당 기재를 도입했던 이스타항공이 항공기를 운용하지도 못한 채 세워두기만 하면서 리스 비용은 지불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며 “도입을 계획했던 일부 항공사는 계획만 수정하면 돼 상대적으로 타격이 미미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티웨이항공은 737MAX 도입을 보류하면서도 중장거리 노선 확장을 위해 올해 중으로 중형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