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공천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공천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의해 컷오프(공천 배제)된 영남권 유력 정치인들이 속속 반기를 들고 있다. 낙천자 중심 ‘무소속 벨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반문(反文)정서 기반의 '이기는 공천’, ‘혁신 공천’을 내세워 칼자루를 거침없이 휘둘러온 공관위가 결국 당내 거센 역풍에 직면한 모습이다.

10일 통합당 공관위에 따르면, 현재 PK(부산·울산·경남)·TK(대구·경북) 지역에서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만 10여명을 넘어섰다.

PK에서는 김재경(경남 진주을), 김한표(경남 거제), 유재중(부산 수영), 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이, TK에서는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군), 곽대훈(대구 달서갑), 김석기(경북 경주),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박명재(경북 포항남·울릉군), 백승주(경북 구미갑), 정태옥(대구 북갑) 의원 등이 탈락했다.

5선이자 국회부의장인 이주영 의원은 지난 8일 컷오프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무슨 이런 공천이 있는지 참 어이가 없다”며 “공관위가 공천심사에서 저를 컷오프한 것은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불공정하고 불의한 일”이라고 공관위를 공개 비판했다.

곽대훈·김한표·백승주 의원은 공관위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다. 박명재 의원은 무소속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무소속 출마 여부를 조심스럽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의원의 경우 당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 서울 중랑을 지역구 경선에 나서기로 했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통합당의 PK 지역 선거를 이끌 것으로 전망됐던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공관위 칼날을 견디지 못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8일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에서 컷오프되자 고심 끝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 공관위에서 참 나쁜 결정을 내렸다”며 “아무나 공천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지역 발전을 학수고대하는 지역민의 간절한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오만한 결정”이라고 했다.

경남 양산을 지역에서 낙천한 홍 전 대표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김형오 공관위원장을 강력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은) 사감(私憾)으로 또는 자기 지인 공천을 위해 곳곳에 무리한 컷오프를 자행하는 막천을 해놓고 희생과 헌신 운운하면서 무소속 출마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텃밭에서 5선을 하고 국회의장까지 하면서 당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지난 탄핵 때 박근혜 하야를 외치면서 탈당하고 촛불 정신을 찬양하는 태도가 김 위원장이 말하는 희생과 헌신인가”라며 “그 입으로는 희생과 헌신을 말할 자격이 없다. 김 위원장은 그 입을 다물라”라고 맹비난했다.

홍 전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억울한 죽음이 속출하는 마당에 공천을 두고 뜨내기 소인배들과 논쟁을 하는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며 목요일(12일)을 사실상 ‘탈당 시한’으로 제시했다.

황교안 대표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에 제동을 걸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통합당 당헌에 따르면, 최고위원회는 공관위 결정을 1회에 한해 재의할 수 있다. 그러나 홍 전 대표의 요구가 관철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홍 전 대표는 무소속 연대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소속 연대는 당의 결정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라 나는 (함께) 행동할 수 없다”며 “불가피하게 무소속 출마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어도 무소속 연대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통합당에서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영남권 무소속 연대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 경우 TK·PK 격전지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1명과 사실상 통합당 후보 2명 등 3자 구도로 맞붙게 된다.

통합당 텃밭인 영남권에서 무소속 출마자가 늘어날수록 민주당에 어부지리로 지역구를 넘겨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공천이 종반을 향해가고 있다. 낙천자 반발까지 잠재워야 하는 당의 고심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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