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 추진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 추진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부 경제계 인사들까지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의견을 내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제안을 한 사람은 쏘카의 이재웅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람들의 소득 위기이자 생존 위기다. 사람이 버텨야 기업과 경제가 버틴다.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주시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렸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이 대표가 제시한 안은 프리랜서·택시기사 등 비임금 근로자에게 50만원씩 주자는 것이었다.

이 대표의 제안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 2일 ‘과감성 있는 대책’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대표는 “기존의 지원 대책, 기존의 보조금으로는 역부족이다. 한 기업인은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하기도 했다”면서 “저는 이 정도 과감성이 있는 대책이어야 우리 경제에 특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3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회도 “국민당 평균 50만원 이내 긴급 생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말했고, 6일에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재난기본소득 도입 검토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언급했다.

기본소득을 주요 정책 공약으로 내세워온 정당인 기본소득당, 미래당, 민생당, 시대전환 등도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국민이 재난 상황에서 생계 걱정 없이 자신의 몸을 돌볼 권리를 갖기 위해 한시적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8일 “전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을 일시적으로 지원하자. 내수시장을 과감하게 키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정부와 국회에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총 51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지난 9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재난기본소득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지난 9일 ‘재난기본소득 지급’ 주장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제안이 나온 취지는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난기본소득의) 효율성을 말하기 전에 그런 제안이 나올 수밖에 없는 어려운 민생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그런 제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재난기본소득이라는 것이 ‘목표’라기 보다는 현재의 어려운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할 것인지 여러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말은) 정부가 지금 그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오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재난기본소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본소득당, 미래당, 민생당, 시대전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재난기본소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본소득당, 미래당, 민생당, 시대전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코로나19,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 한시적 기본소득을 지금해야 합니다"고 밝혔다. /뉴시스

그러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11조7,000억원과 20조원 규모의 민생·경제 종합대책 등 총 31조원 규모의 경제활력 제고 대책을 내놓은 점을 언급하면서 “재난기본소득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현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대책이 무엇이냐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입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목표 앞에서라면 재난기본소득 도입도 추가적인 대책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추경 및 민생·경제 종합대책 등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여당인 민주당도 이번 추경에 재난기본소득을 포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난기본소득 요청이 있는데 이번 추경에서 이것을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수석대변인은 지속적으로 논의되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해 가능성은 열어뒀다.

재난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재난 상황에서 위축된 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돈을 나눠주자는 의미다. 모든 국민에게 일정 정도의 금액의 현금이 생긴다면 위축된 내수 경기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재원 조달 가능성,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기존에 이야기가 나오던 ‘기본소득’과는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은 자산 수준에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같은 금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재난기본소득은 특수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지급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이같은 제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정부가 내놓은 안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모든 이들에게 현금성 소득 보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 복지제도상 취약 계층으로 구분된 사람들을 지원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실물경기 위기에 대한 적극적 대응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재원 마련 방법과 현금을 나눠줬을 때 이것이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불안한 심리에 지갑 속에서 잠자는 돈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당청이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이유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을 통해 국민들에게 돈을 뿌린다’는 인상을 주기 좋은 정책이기도 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재난기본소득 논의의 판이 더 커지고,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본소득’ 의제까지 수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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