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홍 전 GS칼텍스가 새롭게 수장을 맞게 될 삼양통상이 시대착오적 사외이사 선임 추진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허준홍 전 GS칼텍스가 새롭게 수장을 맞게 될 삼양통상이 시대착오적 사외이사 선임 추진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GS그룹 4세 후계의 한 축을 형성하며 새 출발에 시동을 걸고 있는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이 시대에 역행하는 사외이사 선임 추진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씁쓸한 오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장손과 적통 사이… 삼양통상에 힘 싣는 허준홍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은 GS그룹의 4세 장손이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과 함께 GS그룹 4세 후계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허준홍 전 부사장은 장손인데다 GS 지분을 가장 많이(2.20%) 보유하고 있어 유력 4세 주자로 꼽혀왔다.

다만, GS그룹은 큰 틀에서 ‘허정구 자손’과 ‘허준구 자손’으로 분류된다. 고(故) 허만정 GS 창업주의 장남인 고(故)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은 삼성그룹이 기틀을 닦는데 기여한 뒤 1960년대 삼양통상을 창업해 독자행보를 걸어왔다. 고(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와 함께 LG그룹을 창업한 인물이다.

이에 ‘허준구 자손’을 GS그룹의 ‘적통’으로 인정하는 쪽에 힘이 실린다. 실제 GS그룹 수장 자리를 이어받은 허창수 명예회장과 허태수 회장 모두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자녀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땐, 허준홍 전 부사장은 장손이긴 하지만 ‘적통’으로 보긴 어렵다.

허준홍 전 부사장의 최근 행보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풀이된다. 허준홍 전 부사장은 지난해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공교롭게도 허창수 명예회장이 GS그룹 수장 자리를 동생 허태수 회장에게 넘겨 준 시점과 겹친다. 이에 재계에서는 GS그룹의 4세 후계구도가 물밑작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GS칼텍스를 떠난 허준홍 전 부사장은 자신의 진정한 뿌리인 삼양통상을 주 기반으로 삼을 전망이다. 부친의 뒤를 이어 삼양통상 단독 대표에 오를 예정인 것이다. 삼양통상은 허준홍 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오는 20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올려놓은 상태이며, 부친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은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는다.

허준홍 전 부사장은 2005년 GS칼텍스에 입사함과 동시에 삼양통상 임원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미등기임원이자 비상근 이사였다. 그러다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되며 처음으로 삼양통상 등기임원이 됐다.

◇ 한솥밥 먹던 ‘제 식구 사외이사’… 독립성 물음표

이처럼 허준홍 전 부사장이 최근 행보에 큰 변화를 보이며 삼양통상을 주 기반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삼양통상의 사외이사 선임 계획을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삼양통상은 허준홍 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게 될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2명의 사외이사와 3명의 감사위원도 선임할 예정이다.

그런데 후보자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이길재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자는 오랜 세월 삼양통상에 근무했던 인물이다. 2016년까지 무려 37년 넘게 삼양통상에 몸담으며 제혁부문을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이후에도 기술고문으로서 삼양통상과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미 2016년부터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가운데, 정관 변경에 발맞춰 감사위원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박노관 사외이사 역시 삼양통상 출신이다. 2003년까지 사장이자 등기임원으로 재직했고, 이후 기술고문을 맡다 2008년 삼양통상 감사에 선임돼 2014년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2년 뒤 재차 사외이사로 돌아온데 이어 이번엔 감사위원 후보자로도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박노관 사외이사의 삼양통상 재직기간은 50년을 훌쩍 넘는다.

이길재·박노관 후보자는 오랜 세월 임직원으로 재직하며 허남각 회장의 총애를 받아온 이들이다. 허남각 회장의 장남이자 새롭게 삼양통상을 이끌게 될 허준홍 전 부사장과도 돈독한 관계가 예상된다. 이들 역시 이미 삼양통상에서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은 관계이기도 하다.

삼양통상의 이러한 사외이사 선임 계획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최근 세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상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외이사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했다. 장기 재직에 따른 독립성 훼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삼양통상은 이미 40~50년 넘게 회사에 재직했던 인물을 사외이사 자리에 재차 모시고 있다. 규정 상 퇴사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 오너일가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다. 아울러 40대 젊은 경영인이자 여전히 GS그룹 4세 후계구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허준홍 전 부사장에게 커다란 오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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