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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는 그들을 ‘의료인’이라 부른다
[기자수첩] 우리는 그들을 ‘의료인’이라 부른다
  • 박설민 기자
  • 승인 2020.03.12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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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제2차 세계대전의 참극이 절정에 달했던 1945년 4월, 미 육군 제 77보병사단 307보병연대는 일본 오키나와 마에다 절벽을 점령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미 육군 1대대 200여명은 절벽을 향해 돌격했다. 그러나 일본군의 격렬한 저항에 막혀 생존자와 부상자를 남겨둔 채 단 55명만이 후퇴했다.

이때 후퇴하는 동료들을 뒤로 하고 한 명의 병사가 홀로 전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쓰러져 있던 동료 병사들을 하나하나 구조하고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의 피나는 노력으로 무려 75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헥소고지’ 전투다. 그리고 동료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병사는 자신이 신념 때문에 살인을 거부해 ‘관심병사’로 낙인찍혔던 의무병 ‘데스몬드 도스’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의사, 간호사 등 우리가 ‘의료인’이라 부르는 의료계 종사자들은 언제나 전쟁터, 재난 등과 같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싸웠다. 특히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과의 전쟁에서도 그들은 한 명의 병사이자 지휘관으로 전장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한 달을 넘어가며 장기화됨에 따라 그들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확산이 가장 심각한 대구지역 의료진들은 탈진 상태 직전이다. 코로나19 검체 채취, 환자 진료 등의 중노동은 하루 12시간에 육박한다. 

그들이 업무를 볼 때 입고 있는 방호복은 3kg에 육박하며 공기조차 통하지 않아 통풍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잠시만 입고 있어도 땀이 쏟아지고 숨이 차오른다. 의료진들은 이런 방호복을 입고 2~3시간 동안 업무를 본 후 한 시간 남짓한 휴식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그 짧은 휴식 시간조차 녹록지 못하다. 수시로 코로나 확진 환자가 들어오고 있으며 중증 환자의 증세를 끊임없이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추가 감염 우려로 인해 병원을 떠날 수도 없다.

그러나 의료인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병실로 향한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과 코로나19로부터 지켜야 할 국민들이 그들 뒤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수 입원해 있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파견 온 한 간호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근무를 자원했다”며 “모든 환자가 퇴원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버티겠다”고 밝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들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제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고 했던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들의 등 뒤에 서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우리는 당신들을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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