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좌측부터) 조이서(김다미 분), 이세영(박은빈 분), 백소진(정지소 분) 등 2020년 안방극장 속 신선한 여성 캐릭터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 JTBC '이태원 클라쓰', SBS '스토브리그', tvN '방법' 방송화면
(사진 좌측부터) 조이서(김다미 분), 이세영(박은빈 분), 백소진(정지소 분) 등 2020년 안방극장 속 신선한 여성 캐릭터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 JTBC '이태원 클라쓰', SBS '스토브리그', tvN '방법' 방송화면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외로움을 타는 아내, 자식 걱정에 속앓이를 하는 엄마, 그것도 아니면 재력가 연인을 만나 인생 역전에 성공하는 이른바 ‘신데렐라’ 캐릭터들. 그간 드라마에서 여배우들의 쓰임새는 크게 별다를 바 없었다. 한정적인 캐릭터 틀에서 디테일적인 요소만 매만져 사용되기 부지기수였던 바. 2020년 드라마 속 여배우들의 활약이 빛나는 이유다.

2020년 인기 드라마의 중심엔 여배우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틀에서 벗어난 다양한 색깔의 캐릭터 옷을 입으며 침체된 안방극장의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흥행 중인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변화된 여배우 사용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연출 김성윤, 극본 광진)는 소신과 패기를 지닌 청춘들이 이태원 거리에서 창업 신화를 펼치는 모습을 다이내믹하게 다룬 동명 웹툰 리메이크 드라마다. 시청률 한 자리 수로 문을 연 ‘이태원 클라쓰’는 현재 시청률 13.4%(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화제성의 이유엔 조이서 역을 맡은 김다미가 있다.

기존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여(女) 캐릭터의 탄생이다. 극중 김다미는 당돌함을 넘어 남의 마음에 상처주는 것에 아무렇지 않은 소시오패스이자,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닌 대단한 남자로 만들거야 내가”라며 당찬 선전포고를 할 줄 아는 매우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조이서’ 역을 몰입감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세례를 얻고 있다.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를 지닌 캐릭터들은 주로 남자 배우들이 소화했을 뿐 아니라 작품에서 악한 역할로 등장했던 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당돌한 소시오패스 ‘김다미표 조이서’가 한층 더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는 까닭이다.

트렌스젠더 마현이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 중인 이주영 / JTBC '이태원 클라쓰' 방송화면
트렌스젠더 마현이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 중인 이주영 / JTBC '이태원 클라쓰' 방송화면

뿐만 아니라 ‘이태원 클라쓰’는 트렌스젠더 마현이 캐릭터에 여배우 이주영을 캐스팅, 성 소수자로서 느끼는 고충을 시청자들이 느끼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안방극장을 야구장으로 탈바꿈시켰던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또한 독특한 여배우 사용법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종영한 ‘스토브리그’(연출 정동윤, 극본 이신화)는 프로 야구 스토브리그(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기간)동안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을 통해 변화되는 ‘드림즈’ 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스토브리그’는 그 흔한 로맨스 없이도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이게 만들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얻었다.

특히 ‘스토브리그’는 남성이 주가 되는 프로야구 세계에 최연소 여성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 분)을 극중심에 배치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은빈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걸크러시한 매력으로 존재감을 발휘, 시원시원하게 이세영 역을 소화해내며 ‘인생 캐릭터’로 발전시켰다.

이와 관련 이신화 작가는 ‘스토브리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저희는 로맨스는 없지만 여배우들이 들어올 최소한의 자리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현실에서는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 않나. 야구를 잘 모르고, 야구 관련 일을 해본 적 도 없는 백승수가 단장으로 부임하는 것도 사실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또 실제로 다른 종목에서만 일한 여성이 스포츠 팀의 단장을 맡은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일어난 현실이 더 놀라울 때도 있기 때문에 극적 허용을 넓게 하고 싶었다”고 이세영 역을 극중심에 배치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능력있는 강력팀 팀장 차영진 역을 카리스마 넘치게 소화하는 김서형 / SBS '아무도 모른다' 방송화면
능력있는 강력팀 팀장 차영진 역을 카리스마 넘치게 소화하는 김서형 / SBS '아무도 모른다' 방송화면

이밖에도 단단한 고정 팬층을 구축하고 있는 tvN ‘방법’은 10대 방법사 백소진(정지소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가 하면, SBS ‘아무도 모른다’는 특진으로 진급한 여경들의 전설 차영진(김서형 분)의 서사를 밀도있게 그려내며 현재 시청률 10%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2020년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은 5명의 여배우를 극 중심에 배치, 여배우가 지닌 힘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이어 하반기에 방영된 ‘우아한 가’는 그룹 오너리스팀 수장 한제국(배종옥 분)과 화끈한 주체적 재벌 외동딸 모석희(임수향 분)의 치열한 대립구도를 통해 MBN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 틀에 박히지 않은 여성 캐릭터의 사용법을 선보였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2020년 드라마 속 여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 안방극장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다. '뻔함' 대신 색다른 시도로 TV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2020년 드라마 속 여배우들. 과연 신(新) 여배우 사용법이 장기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지 남은 2020년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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