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학회 “한국 기술력·북한 노동력·개성공단 설비 활용” 주장
통일부·개성공단기업협회 “가정에 근거, 현지 상황 확인 불가… 계산상으로는 가능”
갈등의 장소 개성공단, 한반도 이미지 바꿀 수도 있을 것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뉴시스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코로나바이러스-19(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감염 예방 차원에서 사용하는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구하기 위해 전쟁 중이다. 급기야 마스크는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통일보건의료학회(이하 학회)는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을 이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당장에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학회는 “마스크 증산을 위해선 개성공단을 활용하면 된다”며 “우리의 기술, 북한의 노동력, 필요시 글로벌 자본이 결합한다면 현 시점에서 가장 절박한 감염병 대응 자원(마스크)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전 세계로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북한의 3만5,000명 정도의 노동자가 있다는 것과 △개성공단에는 이미 한 달에 마스크를 1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마스크 전문 제조업체가 있으며 △면 마스크와 위생방호복을 제조할 수 있는 봉제업체도 50개가 넘는 것을 들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마스크의 3분의 1은 한국, 3분의 1은 북한, 3분의 1은 세계보건기구(WHO)에 공급할 것을 제안하면서, 분배 비율은 남북한과 전 세계 감염병 전파 상황을 반영해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개성공단에서 생산하자는 주장은 진보성향 정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정부 노력에도 마스크 수급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정부와 마스크 업체가 함께 생산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개성공단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새로 설비를 맞춰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기존 설비를 활용해 (마스크를) 생산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마스크 생산을 위한 개성공단 재개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마스크 생산을 위한 개성공단 재개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윤소하 정의당 의원도 개성공단을 재가동해 마스크를 생산하자고 촉구했다. 윤 의원은 “개성 공단 재개에 대한 어려움 중 하나가 UN 대북 제제 문제인데 코로나19 대응과 같은 인도주의 문제는 제제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사용하고 남은 마스크, 방호복은 UN을 통해 필요한 국가부터 보급하겠다는 제안을 하자”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 때도 개성 공단을 가동한 만큼 북한 측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당장 생산에 돌입하고 생산된 제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거쳐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먼저 개성공단을 장기간 사용하지 않아서 현지 공장의 생산 장비들이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4년이 넘도록 방치된 기계들이 정상 가동 될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으로, 시범 가동 및 점검 등이 필요하다. 이는 설훈 의원도 지적한 사항이다.

또한 통일부와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에서 마스크 100∼1,0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계산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실질적인 생산 가능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12일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측은 “면 마스크 1,000만장 생산은 (마스크) 생산업체 1개와 70여개의 봉제공장 전체가 동일 제품을 생산하고 이곳에 약 3만5,000명의 북측 근로자가 투입됐을 때를 가정할 시 생산할 수 있는 양”이라면서 “현지 공장의 기계 사정을 아직 정확히 모르고 있으며 북측과 협의조차 아직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선 우선 시설 점검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통일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기계 상태를 눈으로 봐야 재가동이 가능한지, 새로운 설비로 교체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며 “현장을 안 본 상황에서 ‘가동이 가능한 상태일 것이다’ ‘가동까지 며칠, 몇 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당장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거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측도 통일부와 동일한 의견을 밝혔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북제재로 인해 개성공단 재가동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안을 제안한 것”이라며 “지금 당장 생산이 가능할지 묻는다면 현장을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답변만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마스크는 의약외품으로 분류가 돼 개성공단을 재가동해 마스크 생산에 돌입하기 위해선 의약외품 제조업 허가가 있어야 하며, 마스크에 대해서도 품목허가가 필요하다. 이 기간이 어느 정도 소요될지는 알 수 없다.

이와 관련 통일보건의료학회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금방 종식될 것은 아니라고 전망하고 일단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개성공단 재가동을 통해 마스크를 생산하자는 것은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우리나라 마스크 수급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인류의 공동의 위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개성공단을 활용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마스크를 전 세계에 소량이라도 공급할 수 있다면 도움을 받는 쪽(북한)도 무엇인가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더욱 의미 있을 것이며 다른 개발도상국의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갈등의 장소인 개성공단이 전 세계에 기여할 시 한반도의 이미지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2월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평가받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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