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해임’ 언급에 홍남기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이인영(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규모를 놓고 당정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6조원 이상 증액해 18조원 규모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3일 열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는 정부를 향한 추경 증액 촉구 발언이 이어졌다.

이해찬 대표는 “과감하고 신속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국민을 위해 재정이 있는 것이고 경제가 살아야 재정건전성도 유지할 수 있다”며 “당은 국민의 실생활에 바로 도움이 되도록 이번 추경을 신속하게 활용할 것이고 더 과감한 재정조치 방법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상임위원회에서 여야는 긴급 대응을 위해 6조원 이상의 추경 증액을 의결한 바 있다”며 “오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서, 또 본회의 과정에서 상임위 결정들이 수용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원내대표는 이해찬 대표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해임을 언급한 것을 의식한 듯 “비상한 시국에 비상한 대응을 위한 모든 경제 조치가 홍남기 부총리가 중심이 된 ‘경제워룸’에서 준비되길 바란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코로나19 발발 초기 국민이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역의 최전선에서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워룸이 가동됐다면, 지금은 경제사령탑을 신뢰하면서 경제전선 워룸이 본격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해찬 대표가 추경 증액 문제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해임을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홍 부총리가 이에 항의하면서 파열음이 표출됐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부총리에 대해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비상상황에서 너무 보수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우리는 경질 권한이 없고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해임 건의인데 이 대표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강한 톤이었고 질책 같은 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코로나19 방역과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우리 경제의 모멘텀과 힘을 키우고자 총력을 다해왔고, 특히 이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라며 “혹여나 (제가)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으로 비쳐질까 걱정이다”고 맞섰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는 어려운 계층 지원도, 경제 살리기도, 재정 지원의 합리성·형평성도, 그리고 재정 건전성과 여력도 모두 다 치밀하게 들여다보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 나갈 것”이라며 추경 증액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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