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해외기관, 연임 찬성표 가능성 더 높아져
반도건설 ‘허위공시’ 논란에 패색 짙어지는 3자 연합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전해져 이목이 쏠린다./뉴시스
한진칼 주주총회를 약 열흘 앞두고 있는 가운데 분위기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진그룹(한진칼) 주주총회가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무게추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의 대표적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차례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임에 찬성을 권고하고 나서서다. 뿐만 아니라 반대진영 최대 공격수였던 반도건설 측이 허위공시 논란에 휘말리면서 자칫 3자 연합 측은 주총 전에 의결권 약 3%를 잃을 수 가능성도 커졌다. 

◇ 사내외 지지로 분위기 탄 조 회장

조 회장이 한진그룹 대표이사직을 연임하기 위해선 오는 27일 주총에서 출석인원의 2분의 1에게서 찬성표를 받아야한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은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 측이 단 1.39%p(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조 회장 측은 △조 회장 본인 6.52%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재단 등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0% △카카오 1%로 33.45%를 보유하고 있다. 3자 연합은 △KCGI 17.29% △반도건설 8.28% △조현아 전 부사장 6.49%로 32.06%를 쥐고 있어 소폭 뒤진 형세다.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가운데 사내외 안팎에서 3자 연합을 비판하고 나서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진그룹 전직임원회는 지난달 21일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전문경영진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한다고 성명을 냈다. 또한 대한항공노동조합은 조 전 부사장 측에 “회사를 흔들지 말라”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노조가 직접 소액주주 규합에 나선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등 의결권이 있는 한진칼 주식(약 3.8%)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조 회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경우 조 회장 측(37.25%)과 3자 연합(32.06%) 간의 간극은 5%p 이상 벌어질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대표이사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대표이사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진그룹

이에 3자 연합 측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대한항공 자가보험,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총 224만1629주(약 3.8%)에 대해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주총이 가까워지자 조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의결권에 대해 직접적으로 견제를 하는 모양새다.

이에 한진칼 측도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대한항공 자가보험은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찬반 여부를 임직원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불통일행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13일부터 20일까지 사내 인트라넷인 임직원정보시스템에 ‘전자투표시스템’을 만들고, 한진칼 주총에서 다뤄질 안건별 찬반의견을 받을 계획이며 찬반비중에 맞춰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며 “대한항공 자가보험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와 같은 전자투표시스템을 활용해왔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자가보험의 한진칼 지분은 146만3,000주(2.47%)다.

여기에 KCGS와 ISS가 연이어 조 회장 연임 찬성 입장을 밝힘에 따라 국민연금(의결권 행사 지분 2.9%)과 다른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초 한진칼에 대해 ‘일반투자’로 보유목적을 변경했으며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게 아니라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반 투표 당시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합병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지며 후폭풍에 휘말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며 “과거 사례를 되짚어 봤을 때 국민연금은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를 일부 수렴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원 투자목적을 숨긴 채 지분을 일정 비율 확보한 후 돌연 경영참여로 태세를 전환해 허위 공시 논란이 일고 있다. / 반도건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원 투자목적을 숨긴 채 지분을 일정 비율 확보한 후 돌연 경영참여로 태세를 전환해 허위 공시 논란이 일고 있다. / 반도건설

◇ 권홍사 회장 허위 공시·도덕성 논란… 3자 연합, 주총 의결권 3.28% 잃을 수도

16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관련해 도덕성 논란이 인 점도 조 회장 측으로의 표심 이동에 힘을 싣고 있다. 

이날 중앙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권 회장은 과거 한진칼 지분을 단순투자 목적으로 8.28%까지 매입한 후 갑작스레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꿨다. 권 회장의 이러한 행위는 한진칼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확보한 후 투자목적을 바꿈에 따라 한진그룹이 경영권을 방어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허위 공시로 비쳐질 수 있다. 허위 공시로 판단될 시 반도건설은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 중 5%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반도건설이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8.28%지만 이 중 3.28%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경우, 3자 연합 측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28.78%까지 줄어든다.

논란이 일자 3자 연합은 지난 3일 반도건설 계열사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보장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어떻게든 반도건설 측의 의결권을 사수해 경영권을 쟁탈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측 관계자는 이날 불거진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논란에 대해 비판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중앙일보 보도를 인용하면서 “권 회장은 단순투자 명목으로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 매입하다 8.28% 지분율을 기록한 후 갑작스레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며 “이는 명백한 허위공시이며, 도덕성 논란이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처분 신청은 보통 상대방의 권리나 행위를 인정하면 안 된다는 목적으로 활용되는 되는 게 보통인데 3자 연합 측의 선제적인 움직임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한진그룹 측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데 의결권 행사 지분을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낸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권 회장이 한진칼 경영에 참여한 목적은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하고 △반도건설 측이 요구하는 한진칼 등기임원과 공동감사 선임 △한진그룹이 서울과 제주 등지에 소유한 토지(부동산) 개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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