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주요 프로스포츠 리그가 중단되면서 스포츠토토 발매도 전면 중단됐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주요 프로스포츠 리그가 중단되면서 스포츠토토 발매도 전면 중단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는 가운데, 연간 매출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하는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 사업도 멈춰 섰다. 6,500여개에 이르는 판매점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이를 주관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물론 수탁사업자 케이토토 역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 초유의 사태 맞은 스포츠토토

스포츠토토는 국내 유일의 합법 스포츠 베팅 사업이다. 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도입된 국가정책사업으로, 국민체육진흥법에 의거한다. 건전한 스포츠 베팅 문화를 조성하는 한편, 이를 통해 각종 체육진흥사업에 활용할 기금을 마련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사업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며 실질적인 운영은 5년마다 선정하는 수탁사업자가 맡는다. 초기에는 여러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현재는 연 매출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스포츠토토도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요 프로스포츠 리그가 줄줄이 중단된 탓이다. 예측할 승부가 사라지면서 스포츠토토도 일시정지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스포츠토토는 지난 14일을 기해 전면적인 발매 중단에 돌입했다.

스포츠토토 발매 중단은 앞서도 종종 있던 일이다. 시스템 개선이나 매출총량제 고려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매를 중단한 사례가 있었다. 또한 특정 프로스포츠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해당 종목에 대한 발매가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주요 프로스포츠 리그의 대대적인 중단으로 발매가 중단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며, 언제 다시 재개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 6,500여개 스포츠토토 판매점을 향한 직격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계의 근간이었던 스포츠토토 발매 수입이 완전히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스포츠토토 판매점주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복권전문점을 운영하며 스포츠토토도 함께 판매하거나, 편의점 등 자영업을 영위하며 일부 공간을 마련해 스포츠토토를 함께 판매하는 식이다. 이들 모두 영세상인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특히 수탁사업자 케이토토는 신규 판매점 모집 과정에서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우선 배정하고 있다. 지난해 300여개의 신규 판매점을 모집할 당시에도 20%에 해당하는 60개소를 사회적 배려대상자에게 우선 배정했고, 여기에 선정되지 못한 경우 일반 모집에 재차 응할 수 있도록 했다.

스포츠토토 판매점이 마냥 쉽게 수수료만 챙기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스포츠토토 발매에 휴일이 없고 발매시간도 긴만큼, 기본 영업시간이 상당하다. 케이토토가 지난해 밝힌 바에 따르면, 스포츠토토 판매점주들은 하루 14시간, 365일 발매 업무를 하고 있다. 일주일로 치면 98시간에 달한다.

이를 통해 판매점은 판매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매출 규모는 지역 및 규모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판매점주들의 중요한 생계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건전한 스포츠 베팅 문화 형성 및 체육기금 조성을 위해 일선에서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 생계 막막해진 판매점… 적극적인 대책 마련 필요

코로나19 사태로 스포츠토토 발매가 중단되면서 판매점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스포츠토토 발매가 중단되면서 판매점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물론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착안 임대인 운동’ 등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 중엔 민간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상당하다.

스포츠토토를 주관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상태다. 인근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하루 평균 800명이 이용하는 공단 구내식당을 주 1회 휴무하고 있고, 지난 12일엔 스포츠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특별융자를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스포츠토토 판매점주들을 위한 지원 대책은 아직까지 발표된 것이 없다.

이는 수탁사업자 케이토토도 마찬가지다. 케이토토는 스포츠토토 발매 중단 이후 “이번이 중독 및 과몰입을 예방하는 ‘셀프 건전 구매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판매점에 대한 대책은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 당장 생계에 빨간불이 켜진 스포츠토토 판매점주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러한 내용의 호소가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스포츠토토 판매점주라고 밝힌 청원인은 “공무원 못지않게 국가체육진흥을 위해 일해 왔지만 최근 사태로 인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러나 판매점을 대변해주는 곳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가 종식돼 발매가 정상화될 때까지 판매점 생계유지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 달라”며 “발매액이 4조원이 넘도록 최일선에서 묵묵히 고생해온 판매점을 위해 그동안의 판매 기금으로 재난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민간기업도 고통을 분담하는데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판매점이 주단위로 발매금액을 입금하는 구조인데, 지난주 발매금액은 발매가 재개될 때까지 입금을 유예하고 있다”며 “발매 중단 기간 중 발생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재개 이후 상품 다변화 등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스포츠토토 발매 중단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상당한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