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수도 앙카라에 위치한 씨네맥시멈 입구 전경 모습. / CGV
터키 수도 앙카라에 위치한 씨네맥시멈 입구 전경 모습. / CGV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관객수 급감과 영업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CJ CGV가 해외 사업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았던 터키로부터 리라화 가치 하락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모양새다.

◇ 쌓여가는 TRS 평가손실… 코로나19까지 

극장가에 혹한기를 몰고 온 코로나19의 여파가 나라 밖으로도 번져나가고 있다. 터키 내무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화관, 공연장, 콘서트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일시적 영업 중단을 요청함에 따라 현지 CGV 극장도 17일부터 일시 휴업에 들어간다. 터키는 중국 다음으로 CGV의 극장 인프라가 많이 갖춰진 곳이다. 극장수는 108곳으로 국내 직영 보다 많은 900여곳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소재 극장 영업을 중단한 CGV는 양대 해외 시장이 잇따라 정지된 셈이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리스크가 발생함에 따라 CGV의 유럽 진출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CGV는 지난 2016년 현지 최대 극장 체인 ‘씨네맥시멈’을 운영하는 마르스(MARS)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유라시아 관문인 터키 입성을 성사시켰다. 터키를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1위 컬처플렉스로 도약하기 위한 유럽 공략에 나서겠다는 구상에서 3,000억원 규모의 베팅이 이뤄졌다. 마르스 인수를 통해 CGV는 터키에서 극장 운영은 물론 투자, 배급, 광고 등 시네마 전 사업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는 달리 터키 사업은 순탄치 않게 흘러갔다. 인수 당시 740여개 수준이던 스크린수는 지난해 900개를 돌파했다. 현지 진출 이듬해 터키에서만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18년 미국의 제재 여파로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타격을 입게 됐다. 당해 터키 매출은 1,6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1,456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영업익은 같은 기간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66억원의 영업흑자를 남기는 데 그쳤다.

실제 터키 현지 사업을 이끌어가는 현지 법인들에서는 이익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CGV 자회사인 특수목적법인 ‘보스포러스 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해 각각 손자, 증손자회사격인 ‘마르스 엔터테인먼트 그룹’과 ‘마르스 시네마 매니지먼트’ 모두 지난 2년간 당기순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현지 법인들의 부진은 CGV의 연결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CGV는 지난해 2,391억원의 순손실을 남기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특히 TRS(총수익스와프) 거래가 CGV의 재무 및 신용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CGV는 마르스 인수 당시 장외 파생상품 중 하나인 TRS 계약을 맺고 인수자금을 조달했는데, 리라화 하락 등에 따른 평가손실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년(2019년~ 2017년) 동안에만 총 3,115억원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했다. TRS 평가손실은 장부상 손실이라 곧장 현금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내년 상반기 만기를 앞두고 있어 가치 회복이 시급하다. CGV에게 원금 보장 의무가 있어 실제 재정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J CGV 관계자는 “터키의 불안했던 정치, 경제적 상황이 차차 개선되고 있어 리라화 회복이 기대되며, 이를 통해 회사가 안고 있는 부담도 차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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