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대표 김성식·사진)의 최대주주가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로 변경됐다. /벽산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벽산그룹 지배구조 중심에 있는 벽산의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승계작업에 있어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부거래를 승계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지적 또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벽산그룹은 현재 벽산·하츠 등 2개의 상장사와 벽산페인트, 벽산LTC엔터프라이즈(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 인주로지스, 인스타워즈 등 4개 비상장사로 구성돼있다. 지배구조의 중심엔 벽산이 위치한다. 벽산은 하츠 지분 46.33%, 벽산페인트 지분 90.26%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다. 인스타워즈 지분도 26.40%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 정점은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벽산 지분 4.96%를 보유한 2대주주로서 오너일가의 지분 현황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또한 인주로지스 지분 50%, 인스타워즈 지분 2.84%도 보유 중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지배구조에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벽산의 최대주주가 기존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에서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로 변경된 것이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최근 주식 양수도 계약을 통해 320만주를 추가 획득하며 지분율을 4.96%에서 9.63%로 끌어올렸다. 이는 기존 최대주주 김희철 회장의 8.80%를 넘어서는 것이며, 실제 최대주주 지위도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로 변경됐다.

이와 함께 오너일가 3세인 김성식 벽산 대표이사의 지분도 2.58%에서 5.20%로 증가했다. 이로써 벽산의 최대주주 측 총 지분은 25.50%에서 32.79%로 증가하게 됐다.

벽산의 이 같은 최대주주 변경은 승계작업의 한 과정으로 풀이된다. 벽산그룹은 이미 오너일가 2세인 김희철 회장이 201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3세 김성식 대표가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경영승계는 이미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반면, 승계작업의 또 다른 한 축인 지분승계는 숙제로 남아있었다. 아울러 최대주주 측 지분이 안정권에 들지 못한 점도 큰 과제였다. 최근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에서, 자칫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가 벽산 지분을 추가 획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은 이러한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해결해주는 묘안이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김성식 대표와 동생 김찬식 벽산 부사장이 각각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60%도 김성식 대표의 세 자녀가 20%씩 나눠 갖고 있다. 즉,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벽산 최대주주 등극은 김성식 대표가 최대주주에 올라선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다만, 승계작업의 동력이 ‘내부거래’에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2010년 설립 이후 줄곧 높은 수준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여 왔다. 첫해 94%를 시작으로 △77% △83% △94% △96% △95% △90% △97%의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에도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벽산와 하츠, 벽산페인트는 지난해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로부터 총 318억원어치를 매입했다. 2018년 324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너일가 개인 소유의 비상장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승계에 활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익편취에 해당한다. 벽산그룹이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된 이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