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대표가 이끄는 한세엠케이를 향해 불만을 제기하는 주주행동이 등장했다.
김지원 대표가 이끄는 한세엠케이를 향해 불만을 제기하는 주주행동이 등장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12월 한세엠케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2세 경영자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김지원 대표가 출발부터 시련을 마주하게 됐다. 가뜩이나 저조한 실적이 코로나19 사태로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인 가운데, 주주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 불만 쌓인 주주 행동 나서… “이사회 책임져야”

지난 18일, 한세엠케이의 주주인 네비스탁은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며 주주행동에 나섰다. 네비스탁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 자문 및 리서치, 그리고 투자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곳이다.

네비스탁은 우선 한세엠케이가 2019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꼬집었다. 한세엠케이는 지난해 약 239억원의 영업손실과 4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네비스탁 측은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김지원 신임 대표의 성과를 위한 빅배스로 분석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네비스탁은 이사회 책임론을 거론했다. 험난한 경영환경에 맞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네비스탁은 “지난해 9월까지 약 11번의 이사회가 개최됐는데 그 중 김동녕 이사는 단 2번, 김익환 이사는 단 1번 참석했다”며 “각각 이사회 출석률이 18%와 9%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경영에 임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네비스탁 측 주장이다.

또한 네비스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까지 4명의 사내이사에게 지급된 보수총액이 4억2,5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1억600만원에 달한다”며 “평균대로라면 김익환 이사는 이사회 1번 출석으로 9개월 간 1억원의 보수를 받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주주들은 회사의 충격적 적자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과 무배당 등으로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게다가 2020년 경영환경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더욱 힘겹다는 예측이 나온다”면서 “경영성과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이사회에 2020년 무보수를 제안한다. 주주와 이사회가 합심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서로 희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과 함께 네비스탁은 다른 일반주주들에게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반대를 권유했다.

◇ 초고속 승진으로 2세 경영 합류한 김지원 대표, 출발부터 험로 예고

네비스탁으로부터 따가운 지적을 받은 두 사내이사는 모두 오너일가다. 그룹창업주이자 한세엠케이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과, 그의 차남이자 2세 경영에 있어 패션사업부문의 담당해온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가 지적을 받았다.

이들과 달리 지난해 9월까지 100%의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한 김문환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물러났다. 그를 대신해 오너일가 2세 ‘막내딸’ 김지원 대표가 아버지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바 있다.

네비스탁의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 ‘무보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세엠케이는 최대주주 한세실업이 절반이 넘는 50.02%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2대주주인 김지원 대표의 10살 자녀 등의 지분을 더하면 51.06%를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비스탁의 행보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한세그룹은 그동안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오너일가를 위한 배당 및 인사를 이어가 빈축을 사왔다. 지난해 3월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한세그룹의 경영상 난맥상과 오너일가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엔 주주가 직접 비판을 가하며 이사회 무보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설사 해당 안건이 그대로 통과되더라도 그동안 불만이 쌓여있던 주주들이 대거 동조에 나설 경우 한세그룹 오너일가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2세 경영인으로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은 김지원 대표는 여러모로 시련을 마주하게 됐다. 2008년 예스24에 입사한 김지원 대표는 일찌감치 2세 경영에 나선 두 오빠와 달리 최근에서야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7년 8월 한세엠케이에서 상무에 오른 데 이어, 2019년 2월 전무에 오르더니 불과 10개월 만에 대표이사 자리로 직행했다. 동시에 한세드림 각자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하지만 한세엠케이는 최근 실적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2016년만 해도 100억원을 넘겼던 영업이익이 2017년 95억원, 2018년 24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김지원 대표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빅배스’라는 분석도 나왔으나,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면서 그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불만을 품은 주주행동까지 나오면서 1980년대생 젊은 경영인은 출발부터 험로를 면치 못하게 된 모습이다.

한편, 한세엠케이 측은 이와 관련해 김동녕 회장과 김익환 대표는 현재 무보수로 경영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세엠케이 측 관계자는 “다양한 주주 의견을 잘 듣고 있고, 기업 및 주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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