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민주당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민주당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5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온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자리 다툼으로 혼돈에 빠져 있다.

총선은 정권 중간 평가 성격과 동시에 4년간 국민을 대표할 일꾼을 뽑는 수단이다. 그런데 생산적인 인물·정책 경쟁은 온데간데없고 온갖 편법과 꼼수를 동원한 ‘삼류 정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매 선거 때마다 있어왔던 ‘공천 파동’은 물론이고 이번 총선에서 한국 정치 사상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전쟁이 벌어졌다.

여야가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동시에 여당과 야당 내부에서도 각 세력 간 ‘자리 다툼’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 민주당 기획 ‘위성정당’ 놓고 범여권 갈등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에 “꼼수”라며 온갖 비판을 퍼부었던 더불어민주당까지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하면서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사태를 거쳐 통과한 선거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이 지난해 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유한국당(현 통합당)에선 꼼수 정당,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고 확실하게 발표를 했고 민주당은 집권여당이기에 ‘우리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만지작거릴 것”이라며 “만약에 한국당이 만들면 (민주당도) 만들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 적중했다.

역풍을 우려한 민주당은 연합정당이 자체 비례용 위성정당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당 밖 정치세력의 제안에 따라 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민주당의 기획과 제안으로 연합정당이 출범한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은 “비례 연합정당을 추진해온 주권자전국회의 측은 연합정당 추진 배경을 설명하면서 ‘민주당 핵심 인사가 먼저 우리를 찾아왔다’고 설명했다”는 민중당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측이 친여 단체에 먼저 창당 문제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민주당이 비례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 구성을 좌지우지하면서 연합정당은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민주당은 당초 연합정당을 처음 제안했던 정치개혁연합(정개련)이 아닌 친문·친조국 성향의 ‘시민을 위하여’로 연합정당의 플랫폼을 공식화하고 이름조차 생소한 4개 군소정당과 협약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다루기 쉬운 힘이 약한 군소정당을 줄세워 연합정당을 자신들의 위성정당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개련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이 위성정당으로 가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고 민주화운동 원로나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정개련을 마타도어했다”며 “진정성 있게 연합정치를 고민하고 논의해온 주체들을 배제하기 위한 치졸한 정치공작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통합당이 위성정당의 투표용지상 기호를 앞 번호로 받기 위해 실행했던 ‘의원 꿔주기’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는 불출마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합정당 파견을 위한 물밑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1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통합당
미래통합당이 1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통합당

◇ 통합당, 위성정당 궤도 이탈 ‘자승자박’

미래통합당은 ‘자승자박’ 상황에 처한 꼴이다. 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발등’을 찍힌 모습이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한 많이 차지하기 위해 미래한국당을 만들어 불출마 의원들까지 파견했다.

그러나 ‘친황’으로 분류되던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 배정 과정에서 마이웨이 행보를 하면서 극심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비례대표 공천 명부를 마련했다. 그러나 영입 인재 대다수가 명단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되자 통합당에서는 “한선교 배신”, “한선교의 쿠데타” 등의 반응이 터져나왔다. 통합당 내에서는 미래한국당에 파견한 의원들을 다시 소환하고 새로운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결국 미래한국당이 통합당 영입 인재 4명을 당선권으로 끌어올렸지만 황교안 대표는 거부 입장을 밝혔다.

황 대표는 1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번 선거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할 때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빠른 시일 내 문제를 바로잡아 승리의 길로 바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비례대표 후보 수정 명부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결되자 한선교 대표는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통합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한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 내 정치인생 16년 마지막을, 정말 당과 국가에 봉사하고 좋은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내 생각은 막혀버리고 말았다”며 “한 줌도 안 되는 야당의 권력을 갖고 그 부패한 권력이, (내가) 참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개혁을 막아버리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 민생당, 연합정당 참여 놓고 ‘진흙탕 싸움’

민생당은 연합정당 참여 여부와 선거체제 구성을 놓고 극심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주평화당계인 박주현 공동대표는 지난 18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대안신당계인 장정숙 원내대표와 황인철·이관승 최고위원 등이 제안한 연합정당 참여에 대한 제안을 상정하고 가결을 선언했다.

그러자 바른미래당계 당직자 10여명이 ‘친문연합정당 참여 결사반대한다’는 내용의 손피켓을 들고 “최고위 의결은 무효다”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바른미래당계 당직자들과 대안신당·평화당계 당직자들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김정화 공동대표 등 바른미래당계 지도부 2인은 자신들을 배제하고 연합정당 참여를 당론으로 정한 최고위 의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여야 모두 명분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다음 총선에서 선거제도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견해도 내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누가 더 잘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크게 실수를 하고 볼썽사납게 하느냐가 표로 연결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경우 지금 행태는 통합당이 죽을 쓰지 않았으면 눈 뜨고 못 봐줄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통합당은 위성정당이 궤도를 이탈했는데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부족으로 볼 수 있다”며 “어차피 여야 모두 명분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야가 목표는 다를 수 있겠지만 다음 총선에서 선거제도는 다시 정비를 해야 한다”며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무력화시키는 편법 위성정당 자체를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통합당의 위성이 행성이 되려고 하고 있다”며 “또 민주당은 독립적으로 의석을 만들어낼 수 없는 정당들과 연합해서 위성정당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것은 민심의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준연동형 비례제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선거제도”라며 “원래대로 돌아가든지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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