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2 15:15
김정은, 30년 유배생활 김평일 소환한 까닭
김정은, 30년 유배생활 김평일 소환한 까닭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0.03.2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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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권력 기반에 대한 자신감… 리선권의 외교 장악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숙부인 김평일 주 체코대사를 교체해 북한으로 불러들이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4일 홈페이지에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체코, 멕시코,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폴란드 등 8개국 대사를 새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김평일 전 대사와 김일성 주석의 사위인 김광섭 전 오스트리아 대사가 교체됐다.

김평일 전 대사의 자리엔 ‘유럽통’으로 알려진 주원철 신임 대사를 임명했다. 김평일 대사의 교체는 지난해 11월 국정원이 보고했던 사항이다. 그는 김일성 주석의 두 번째 부인인 김성애의 아들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이복 형제다. 

한때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 후보로 점쳐졌던 김평일 전 대사는 1988년 이후 30여년 간 헝가리·불가리아·핀란드·폴란드·체코 대사로 떠돌았다. 30여년 간 해외를 전전한 것이다. 김평일 전 대사의 어머니 김성애는 1952년부터 김일성의 공식적인 아내 역할을 했다. 그에 따라 김성애는 20여년간 권력을 누렸다. 

김성애가 권력을 누리는 동안 김평일 전 대사 역시 후계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김평일 전 대사는 김 국방위원장에 비해 외모나 목소리가 김 주석을 닮았으며, 성품도 원만해 혁명 1세대 원로들의 호감을 샀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김성애의 동생 김성갑도 평양시 당 책임비서(평양시장 격)를 역임하며, 북한의 중심에서 전권을 누리는 등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권력은 영원하지 못했다. 1973년 인민대학습당 건축을 위해 선정한 부지에 김성갑이 저택을 지은 것이 드러나며 김 주석과 김성애의 사이가 틀어졌다. 그 틈에 김 국방위원장이 김성갑의 비위 사실을 보고했다. 결국 김성갑은 숙청당하고 김성애 역시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1974년 김 국방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 정치위원에 올랐다. 김성애가 권력을 잃게 되면서 김 전 대사도 해외로 ‘유배’ 당했다. ‘백두혈통’이지만 북한 내에선 ‘곁가지’가 된 것이다. 곁가지란 북한에서 ‘이색적이며 분파적인 요소를 비겨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김평일 전 대사는 김 국방위원장이 살아있는 동안은 회의 참석 외엔 평양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김 국무위원장이 숙부를 불러들이면서, 그의 30년간의 유배 생활이 끝났다.

김 국무위원장이 김 전 대사를 평양으로 불러들인 것은 본인의 권력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분석 자료를 통해 “이들(김평일과 김광섭)이 귀국해도 김정은의 권력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이들이 해외에 계속 체류하면서 망명을 선택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30년 이상 해외에 체류한 김 전 대사는 이제 북한 내 자신의 ‘계파’가 존재하지 않는 곁가지가 됐다. 김 국방위원장이 생존했을 때엔 사람들이 김 전 대사와 대화조차 나누길 꺼려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 김평일·김광섭 전 대사는 유배를 당했으므로, 늘 감시를 받고 있는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활발한 외교 활동이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 센터장은 “감시와 통제로 활발한 외교활동을 전개할 수 없었던 인물들을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인물들로 교체하고자 하는 김정은의 성과중심적 인사 스타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리선권 전 조평통 위원장이 외무상을 맡으면서, 대규모 인사를 통해 외무성에 대한 리선권의 장악력이 커졌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정 센터장은 “2018년과 2019년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주요 실무를 담당했던 최강일 전 외무성 부국장마저 오스트리아 대사직을 맡으면서 대미 협상라인은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정 센터장은 군부 출신인 리선권 외무상이 외교를 담당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실무를 담당한 최강일도 해외 대사로 파견되면서 올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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