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일인 2018년 9월 1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양 순안공항 도착할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뉴시스
남북정상회담일인 2018년 9월 1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양 순안공항 도착할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이 알려졌다. 게다가 해당 내용은 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 의해 밝혀져 그 의미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22일 김 부부장은 ‘미국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는 조미 두 수뇌분들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친분 관계를 잘 보여주었다’는 제목의 담화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 친서에 대한 답신을 공개 발표한 것이다. 김 부부장이 개인 명의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김 부부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서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서 “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최근에 의사소통을 자주 하지 못하여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데 대하여 언급하면서 앞으로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연계해나가기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러한 친서가 북미 두 정상 간 “특별하고도 굳건한 개인적 친분관계를 잘 보여주는 실례”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북미관계의 발전은 두 정상 간 개인적 친분관계를 놓고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김 부부장은 “개인적 친분관계가 두 나라의 관계발전 구도를 얼만큼이나 바꾸고 견인할 지는 미지수”라며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에로 줄달음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 ‘개인의 생각’이라는 것을 전제로 “두 수뇌들 사이의 친서가 아니라 두 나라 사이에 역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평형이 유지되고 공정성이 보장돼야 두 나라 관계와 그를 위한 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사실을 공개하며 담화를 발표한 것은 김 부부장이다. 종전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대남 담화를, 외무성이 대미 담화를 맡았지만 이제는 김 부부장이 사실상 북한의 대외 메시지를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김 부부장의 북한 내 2인자로서 위상이 강화되면서 김 국무위원장을 대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또 담화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이 미국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우선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트럼프 친서’에 대해 “좋은 판단이고 옳은 행동이라고 보며 응당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양국 간 관계 개선의 여지를 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 협조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힌 것도 상황에 따라 코로나19와 관련한 지원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이미 방역 협조를 제안한 바 있으므로 이와 맞물려 함께 지원을 할 가능성도 열린 것이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북미 두 정상 간 관계는 높게 평가해도, 개인적 친분이 두 나라 관계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낙관하지 말라고 했다. 이는 미국이 입장 변화를 보여야 북미관계 진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대북제재 완화를 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김 부부장이 ‘역학적으로 평형이 유지돼야’ 대화를 생각해 보겠다 한 것도 시사점이 있다. 북한은 지난 21일 동해상으로 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김 국무위원장이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한 다음날 발표됐다. 이는 북미 대화 가능성과는 별개로 북한의 전략무기는 계속 개발될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북한, 이란 등과 관련해 우리는 다른 나라들을 돕는 데 열려 있다”면서 “북한, 이란,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정말로 따뜻한 손길을 내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친서 전달은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노딜 종료 및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미 관계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측의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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